“악!”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MLB 투수들은 공을 던지며 큰 소리로 기합을 넣곤 한다. 일종의 루틴처럼 기합을 넣어야 투구가 더 잘된다는 선수도 있다.
미국의 하딘 시몬스 대학 연구팀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공을 던지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구속이 빨라진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미국대학야구(NCAA) 디비전3 리그 소속 두 팀 선수들의 투구를 분석한 결과 소리를 지르며 공을 던졌을 때 구속이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 때보다 평균 시속 2.73마일(약 4.39㎞) 더 빨랐다.
텍사스의 맥스 슈어저(사진)는 투구할 때 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는 기합 넣는 법을 연마하는 것은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적재적소에 기합을 넣으며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어저는 “감정을 담아 공을 던지지만 감정적인 투구를 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팔에 감정을 입히고, 이걸 내 장점으로 활용해 투구한다”고 말했다.
보스턴의 베테랑 투수 리치 힐은 “기합 소리를 내면 확실히 투구에 확신이 더 생긴다”며 “기합 소리가 클수록 투구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힐은 “내가 원하는 강도로 공을 던지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야 한다. 기합 소리 지르는 게 도움이 된다면 소리를 지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투구할 때 무의식적으로 기합을 넣기도 한다. 기합 소리로 유명했던 MLB의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 놀런 라이언은 과거 인터뷰에서 “전력투구할 때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조던 로마노는 메이저리그 데뷔 4년차가 되어서야 자신이 공을 던질 때 기합을 넣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로마노는 과거 팀 동료였던 로비 레이(샌프란시스코)가 기합 소리를 내는 걸 보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은 투구할 때마다 기합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KBO리그에는 공을 던질 때 우렁차게 기합 소리를 내는 투수가 드물다. 작은 기합 소리는 열띤 응원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된 2020년에는 투수의 기합 소리가 타자를 방해한다며 ‘매너 공방’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