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실축 선수 인종차별에…해리 케인 “당신들은 팬도 아냐”

조홍민 선임기자

잉글랜드 유로 우승 실패 이후

SNS 등 흑인 선수 인신공격

총리·축구협까지 “강력 규탄”

<b>‘유로 우승’ 축제  벌이는 로마</b> 53년 만에 유로2020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선수들이 12일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해 축제 분위기 속에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로마 | AFP연합뉴스

‘유로 우승’ 축제 벌이는 로마 53년 만에 유로2020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선수들이 12일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해 축제 분위기 속에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로마 | AFP연합뉴스

해도 너무한다. 이미 도를 넘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우승을 놓친 잉글랜드 팬들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흑인 선수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고, 선수 사진·벽화들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잉글랜드의 첫 유로 우승 실패 후폭풍이 인신 공격을 넘어 인종차별 문제로까지 번지자 급기야 총리까지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잉글랜드는 지난 12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유로 2020 결승에서 1-1로 비긴 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2-3으로 졌다. 일부 몰지각한 잉글랜드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3~5번 키커로 나서 실축한 마커스 래시퍼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래시퍼드의 고향인 맨체스터 위딩턴에서는 그의 얼굴을 그린 벽화가 훼손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자 잉글랜드축구협회는 13일 공식 성명을 통해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적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어 “우리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반대한다. 가장 강력한 수준의 처벌이 이뤄지길 원하며,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트위터를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행해진 일부 잉글랜드 선수들을 향한 역겨운 인종차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끔찍한 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라”며 인종차별 행위를 한 팬들을 규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도 잇달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를 향해 폭언을 하는 사람들은 잉글랜드 팬이라 할 수 없다. 우리도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며 몰지각한 발언을 일삼는 팬들을 비난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래시퍼드는 실축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도를 넘은 인종차별 행위에는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라면 온종일 들을 수 있다. 페널티킥을 잘 차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게시물이 올라오는 대로 삭제하고 관련 계정을 정지시켰다. 현지 경찰도 인종차별 행위를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고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잉글랜드 리그2(4부리그) 팀인 레이턴 오리엔트는 한 팬이 인종차별 행위를 한 것을 확인하고 해당 팬에게 영구 출입 금지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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