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훼손된 래시퍼드 벽화, 공존·연대의 ‘성지’로

조홍민 선임기자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로 ‘복원’

700명 참가 ‘차별 반대 시위’도

인종차별에 훼손된 래시퍼드 벽화, 공존·연대의 ‘성지’로

인종차별 공격으로 훼손된 잉글랜드 축구대표 마커스 래시퍼드의 벽화(사진)가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로 복원됐다. 또 래시퍼드를 응원하는 손길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벽화 앞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축구전문매체 ‘사커킹’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14일 전했다.

잉글랜드는 지난 12일 유로 2020 결승 이탈리아전에서 사상 첫 유로 제패의 기대를 걸었지만 승부차기 끝에 패해 눈물을 삼켰다. 래시퍼드는 승부차기에 세 번째 키커로 나섰지만 그가 날린 슈팅은 골대를 맞고 튕겨나갔고, 경기 후 실축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 등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 공격을 받았다.

맨체스터에 있는 ‘래시퍼드 벽화’도 공격의 타깃이 됐다. 경기 종료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벽화는 그를 모욕하는 낙서로 훼손됐고 일부가 파괴됐다.

‘사커킹’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이에 맞서 ‘히어로’ ‘롤모델’이라고 적힌 하트 모양의 종이와 함께 래시퍼드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붙여 훼손된 부분을 가렸다. 또 13일에는 벽화 제작자인 스트리트 아티스트 ‘악스’가 훼손된 부분을 다시 그려 복원을 완료했다.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후에도 벽화 앞을 찾아 응원과 연대를 나타내는 수백장의 메시지를 붙였다. 메시지는 래시퍼드뿐 아니라 산초와 사카를 위한 것도 있었다. 또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단체 주도로 열린 시위에 700여명이 참가해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인종차별에 항의했다.

래시퍼드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팬들이 래시퍼드뿐 아니라 잉글랜드의 모든 선수들에게 그들의 지지를 보여주는 기회로 삼았다. 메시지에는 ‘우리는 래시퍼드, 사카, 산초를 사랑한다’고 적혀 있으며, 이들 세 명의 선수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래시퍼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들의 항의 시위와 벽화에 붙은 메시지의 사진을 여러 장 올리고 ‘압도됐다. (너무 감격해) 말이 안 나온다’고 적어 자신을 향한 응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벽화는 지난해 11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래시퍼드의 선행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그가 유소년기를 보낸 맨체스터 남부 위딩턴에서 현지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장대한 흑백의 초상화는 곧바로 거리의 상징물이 됐다.

래시퍼드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빈곤 가정에 식량을 지원하자고 호소해 정부를 움직였고, 약 130만명의 어린이들이 무료급식 지원을 받았다. 이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10월 대영제국훈장 ‘MBE’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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