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수도 손흥민처럼 ‘데이터 축구’

창녕 | 황민국 기자

조별리그 F조 화성FC·김해FC

저렴해진 EPTS 장비 활용 시작

전력 확인·동기부여에 도움 돼

“수치 확인 넘어 활용법 연구해야”

경남FC김해U18 선수단 대기실에 놓여 있는 경기력 측정 EPTS 장비. 창녕 | 정지윤 선임기자

경남FC김해U18 선수단 대기실에 놓여 있는 경기력 측정 EPTS 장비. 창녕 | 정지윤 선임기자

3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선 국가대표 손흥민(29·토트넘)이 팀 동료의 유니폼 안 조끼에 작은 칩을 끼우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이는 선수의 플레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보내는 GPS 기반 전자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EPTS)이었다. 이 장비만 착용하면 TV 중계화면에서 종종 소개되는 히트맵(선수 활동 범위)과 심박수, 방향 전환 횟수 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유럽의 일부 명문팀이나 각국 대표팀에서나 활용하던 이 장비는 이제 하나의 일상으로 뿌리를 내렸다. 고교 선수들이 손흥민과 똑같은 조끼를 입고 뛴다. 한 팀이 도입하는 데 수천만원이 들던 장비 가격이 수백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경남 창녕군에서 조별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제54회 대통령금배 고등학교축구대회도 EPTS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다.

지난 18일 조별리그 F조에서 맞대결을 벌인 화성FC와 경남 FC김해가 이번 대회에서 EPTS 활용을 인가받은 유이한 팀이었다. 화성FC가 이날 경기에선 장비를 활용하지 못해 두 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기 도중 전술을 바꾸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으나 선수들의 실제 경기력이 숫자로 나온다는 점은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정연택 화성FC 감독은 “프로 산하 클럽이 아니라 일반 클럽인 우리가 도입하기엔 부담스러웠지만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EPTS가 과거 지도자의 경험과 식견에 의존하던 한계를 넘게 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선수들이 그저 지도자를 맹신하던 시대가 끝난 상황에서 스스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촉매제라는 얘기다. 또래 선수들과 운동능력이 직접적으로 비교된다는 것은 또 다른 동기부여를 유발했다.

화성FC는 2전 전승으로 조별리그 남은 1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화성FC 윙어인 조웅기(1학년)는 “강경상고와의 첫 경기에서 나름 잘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스프린트(전력 질주) 횟수가 내 포지션의 평균치(9회)보다 떨어진 2회였다”면서 “FC김해전에선 더 많이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EPTS 활용이 단순히 숫자 확인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활용법을 더 연구해야 한다. 율리안 나겔스만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효과 극대화를 위해 호펜하임 시절 훈련장에 드론을 띄운 것처럼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데이터를 수집해 보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종현 화성FC 코치는 “지금 우리는 HSR(19.8㎞/h 이상의 속력으로 뛴 거리) 등 일부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한 단계”라며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우 FC김해 감독도 “우리 선수들을 돕기 위해서라면 프로팀에 배우러 가는 것도 힘들지 않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고 전했다.

고교 선수도 손흥민처럼 ‘데이터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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