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의정부 ‘임시 수문장’ 황동욱 “골키퍼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읽음

창녕 | 황민국 기자
경기FC의정부U18 골키퍼 황동욱이 20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조별리그 서울 보인고와의 경기에서 실점을 한 후 허탈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창녕 | 정지윤 선임기자

경기FC의정부U18 골키퍼 황동욱이 20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조별리그 서울 보인고와의 경기에서 실점을 한 후 허탈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다. 창녕 | 정지윤 선임기자

주전 김동윤 부상으로 긴급 투입
보인고에 10골 허용 ‘악몽의 하루’

“동료들 응원으로 끝까지 버텨
친구 하루빨리 회복해 돌아오길”

얼룩말 무늬의 유니폼이 흠뻑 젖은 선수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얼음통에 손부터 넣었다. 처음 낀 골키퍼 장갑 안에서 벌겋게 달아올라 있던 손은 그제서야 진정이 돼갔다. 슈팅을 막아내면서 생긴 손 통증은 그나마 참을 만했다. 막아내지 못한 슈팅이 등 뒤로 흐를 때의 고통은 다스리기 어려웠다.

경기 FC의정부의 임시 골키퍼 황동욱(16)은 지난 20일 보인고와의 대통령 금배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골키퍼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친구가 평소에 얼마나 힘들었을지…”라고 탄식했다.

수문장으로 데뷔전을 치른 그에게 이날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아쉽게도 좋은 기억은 아니다.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1-10 대패. 황동욱이 전반 14분 무심코 시도한 태클이 악몽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프리킥이 골문을 향해 날아오자 별다른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첫 골을 내줬다.

한번 뚫린 골문은 좀체 막힐 줄을 몰랐다. 불과 2분 뒤 측면 크로스에 손도 쓰지 못한 채 추가골을 내주더니 다시 1분 만에 쐐기골까지 허용했다. 그렇게 전반에 5골, 후반에 5골씩 내주면서 FC의정부의 골문은 보인고의 놀이터가 돼버렸다. 보인고 이지한은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조영광과 이현서도 멀티골을 기록했다.

그래도 황동욱을 원망하는 이는 없었다. 벤치의 지도자는 “잘하고 있다”고 박수를 쳤고, 동료들은 “괜찮아”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FC의정부의 유일한 골키퍼인 김동윤의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그가 그대로 떠안았기 때문이다. 김동윤은 지난 18일 한양공고전에서 후반 막바지 상대 공격수와 충돌로 턱과 잇몸을 다쳐 병원에 후송됐다.

원래 측면 수비수인 황동욱은 벤치의 다른 선수보다 키가 4㎝ 더 크다는 이유로 이날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선형 FC의정부 코치는 “(황)동욱이가 골키퍼 훈련을 한번도 받지 못한 채 출전한 것”이라며 “10골을 내줬지만 3~4번이나 선방한 것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황동욱은 “내가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엔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골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친구들이 응원해주지 않았으면 마지막까지 못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FC의정부는 골키퍼 육성의 명문으로 불린 팀이다.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에 골키퍼로 합류한 안준수(부산)가 고교 시절 FC의정부에서 실력을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 코치는 “우리 팀이 (안)준수의 맥을 이어가야 했지만, 좋은 자원을 찾는 것도,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동욱은 “오늘 경기로 내게 준수 형 같은 골키퍼의 재능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하루빨리 (김)동윤이가 회복해 다음 대회에 같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FC의정부 ‘임시 수문장’ 황동욱 “골키퍼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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