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고 김석한 이사장 “선수와 학부모를 고객처럼 생각…선발·진학 악습 끊자 명문 도약”

이정호 기자

‘금배축구 V3’…보인고 김석한 이사장의 축구 사랑과 철학

제54회 대통령금배 고교축구대회 우승팀 보인고의 김석한 이사장이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제54회 대통령금배 고교축구대회 우승팀 보인고의 김석한 이사장이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기업과 마찬가지로 투명성 중요
대회 경비 떠넘기는 관행도 없애
승부 집착 않고 ‘인성 교육’ 역점

“내가 축구 좀 좋아했거든.”

축구 얘기가 나오자 서울 보인고 이사장인 김석한 인성하이텍 회장(66)의 목소리는 50년 전 10대의 어느 시절로 돌아간 듯 들떴다. 서울 보인고는 지난달 28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끝난 제54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2년, 2017년에 이어 지난 10년 사이 국내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금배에서 세 차례나 우승하며 축구 명가로 우뚝 섰다.

김 회장의 남다른 축구 사랑은 이미 축구계에서 유명하다. 서울시축구협회 부회장(1994~2004년), 전국중등축구연맹 회장(2004~2016년·명예회장 포함)을 장기간 지냈다. 축구팬들에게는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으로 낯설지 않다.

25일 만난 김 회장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축구를 정말 좋아했다. 중동중학교 시절 나중에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고재욱, 황재만 등이 우리 선배였다. 대회 결승이 열릴 때면 동대문운동장에서 응원 도구를 들고 응원했다”며 웃었다. 약 30개의 축구공이 빼곡히 진열된 서울 광진구 사무실만 봐도 축구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관전이 안 돼) 생방송으로 결승전을 봤다”는 김 회장은 경기 상황을 자세히 복기했다. 최상위 엘리트 선수들을 뽑아 가는 프로 산하 8개 팀의 도전을 꺾고 우승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커 보였다.

중동중, 보인고를 졸업한 김 회장은 사업이 크게 성공한 뒤 2004년 인수 절차를 밟아 모교의 이사장을 맡았다. 축구팀 후원회장이던 김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게 1981년 창단한 축구팀이 명문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41년 역사에서 금배에서만 우승 3회, 준우승 3회를 달성했다.

김 회장은 “기업 운영이나 학교나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제품을 내놓을 때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라면,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고객”이라며 자신의 성공 철학을 이야기했다. 투명성도 기업과 학교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선수 출신 체육교사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선수 선발, 육성, 진학 등에서 나오던 학교 스포츠의 악습, 잡음과 단절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지금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대회 출전 경비 갹출 관행도 없앴다. 김 회장은 “자율형 사립고로 학급당 선수 1명밖에 뽑을 수 없어 수십명씩 선발하는 다른 학교에 비해 뎁스(선수층)에 약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선수(학생)를 위한 시스템과 선생님들의 노력, 학원 스포츠에서 소홀히 하게 되는 인성 교육 등은 우리 학교가 최고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라는 김 회장은 “학원 스포츠에서 축구는 아직도 승부에 너무 집착한다.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협회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때”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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