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빌드업’이냐, 아드보카트 ‘실용주의’냐읽음

황민국 기자

한국 축구, 오늘 이라크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벤투 감독 | 아드보카트 감독

벤투 감독 | 아드보카트 감독

2006 월드컵 함께한 딕 아드보카트, 이번엔 상대 감독으로 출전
‘승리 우선’ 명제 아래 밀집수비서 과감한 롱볼까지 유연하게 운영
이에 맞선 벤투의 ‘경기 흐름을 지배하는’ 공격 축구 통할지 주목

한국 축구는 카타르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에 첫발을 내디디며 냉혹한 운명에 직면했다. 태극전사들과 함께 2006 독일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74)을 적장으로 만난 것이다.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이라크 간의 1차전이 바로 그 무대다.

최종예선을 한 달 앞두고 이라크 지휘봉을 잡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이 공식 데뷔전이다. 스페인과 터키에서 3주 가까이 전지훈련을 소화한 이라크가 어떤 축구로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과거 보여줬던 축구 철학을 되짚으며 베일에 가려진 부분을 짐작할 따름이다. 전·현직 한국 감독들 간의 맞대결이라 나올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출신의 아드보카트는 승리가 우선이라는 명제 아래 밀집 수비도 거리낌 없이 쓰는 실용주의자다. 2006년 네덜란드 현지에서 발간된 ‘감독과 국가대표팀’에 따르면 아드보카트는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모험을 꺼리는 인물이다. 본선 직전에 한국 대표팀에 부임했던 독일 월드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던 최진철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훈련에선 빌드업을 강조했는데, 실전으로 들어가니 롱볼도 과감하게 주문한 것이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코칭스태프로 보좌했던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도 “별명처럼 조직력을 우선해 라커룸 장악력이 뛰어났던 지도자”라며 “풍부한 경험으로 우리의 약점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빌드업’이냐, 아드보카트 ‘실용주의’냐

2일 기준으로 3년13일째 재임해 최장수 사령탑인 벤투 감독은 정반대라 흥미롭다. 공격축구를 추구하는 벤투 감독은 빌드업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지배하기를 원한다. 이라크전에서도 무패(5승1무)로 통과한 2차예선처럼 양 측면 수비를 끌어올린 뒤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이상 29·보르도)가 골 사냥을 노리는 축구를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령탑 모두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해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창과 방패가 만났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공격적인 축구가 아드보카트의 수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과 이라크가 코로나19 등 변수로 A매치에 총력을 기울이기 힘든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김민재(페네르바체),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파 4명이 국제선 항공편 축소로 뒤늦게 합류해 1일 단 하루만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 이들이 선발로 뛸 수 없거나, 뛰더라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면 전력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라크 역시 정상 전력이 아닌 것은 똑같다. 주전 골키퍼인 잘랄 하산과 백업 골키퍼인 모하메드 하미드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또 이라크의 에이스인 모하나드 알리를 비롯해 일부 주축 선수들이 31일 입국해 곧바로 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벤투와 아드보카트가 이 변수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벤투 감독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이기에 잘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라크는 다양한 전술시스템을 활용하기에 잘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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