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땐 “짐 싸”…본선보다 힘든 ‘감독들의 무덤’ 최종예선

황민국 기자

10회 연속 본선 도전하는 한국도
1990년 이전엔 티켓 따기 ‘험난’
본프레레, 본선 진출하고도 경질
슈틸리케는 최종예선 중에 잘려
‘최장수’ 벤투 감독 ‘완주’ 관심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소집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소집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월드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최종예선은 ‘감독의 무덤’이라 불린다.

초대 대회부터 항상 본선 무대를 밟은 브라질을 제외하면 강호들도 탈락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다보니 각국 사령탑이 짐을 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일 이라크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도 과거엔 실패의 역사가 많았다.

■아시아 티켓은 1장…본선보다 힘들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것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이다. 당시 일본을 1승1무로 꺾고 본선에 처음 참가했던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다시 세계 강호들과 맞붙을 때까지 32년간 실패만 반복하며 고전했다. 아시아 축구가 세계에서 저평가를 받다보니 1982년 스페인 월드컵까지 본선 티켓이 단 1장에 그친 게 결정적이었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은 거짓말처럼 호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호주와 마지막에 만나 1-1 동점 상황에서 임국찬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탈락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1974년 서독 월드컵과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도 호주 원정에서 지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다. 특히 아르헨티나 대회에선 최정민 감독이 사퇴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란에 1위를 뺏겼다. 스페인 월드컵은 쿠웨이트전에서 멀쩡한 골이 반칙으로 취소되는 편파 판정에 휘말리며 탈락했다.

■약속의 최종예선…감독은 계속 잘렸다

허정무(오른쪽)가 1986 멕시코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득점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허정무(오른쪽)가 1986 멕시코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득점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다시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감독이 경질되는 수난사는 여전했다. 문정식 감독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말레이시아 원정 패배로 물러나는 바람에 김정남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게 시작이었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말레이시아와의 리턴 매치에서 승리한 뒤 인도네시아와 일본을 잇달아 물리치며 간절히 바라던 목표를 이뤘다.

각 대륙의 대표를 뽑는 최종예선이 현재 체제로 굳어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엔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이 늘어났지만 손쉽게 본선에 오르는 일은 드물었다. 하늘이 도왔다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도하의 기적’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최종예선에서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이라크가 일본과 2-2로 비긴 덕분에 간신히 본선에 진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본선에 진출하고도 감독이 갈린 비운의 대회로 기억된다. 특히 네덜란드 출신의 조 본프레레 감독은 독일 월드컵에서 6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해 주가가 치솟았으나 두 달 뒤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 패배하면서 경질됐다. 그 빈자리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첫 상대인 이라크 지휘봉을 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돌아갔다.

직전 대회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도 최종예선에서 감독이 잘린 것은 똑같았다. 당시 최장수 사령탑을 자랑했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성적 부진으로 잘리며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2018년 9월 부임한 파울루 벤투 현 대표팀 감독(아래 사진)이 슈틸리케의 뒤를 이어 최장수 타이틀을 물려받은 가운데 본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벤투 감독

벤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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