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캡틴’…“오늘은 거침없이 쏴라”읽음

황민국 기자

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전…손흥민 ‘해결사 약속’ 지킬지 주목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4일 경기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4일 경기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소속 팀에선 ‘킬러’로 펄펄 날다
태극마크만 달면 도우미 역할만
전문가 ‘손톱’ 세우는 변화 주문
측면 맡겨도 수비 부담 덜어줘야

‘캡틴’ 손흥민(29·토트넘)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 뛸 때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킬러 본능을 뽐낸다. 경이적인 스프린트를 바탕으로 상대의 빈틈을 거침없이 찌른다. 찬스를 살리는 골 결정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빅리그에서 그가 쌓은 득점 기록(158골)은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재능이라 부르기에 아깝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면 그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채 도우미 역할에만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 실력과 기량에는 변함이 없는데, 대표팀에선 거짓말처럼 득점력이 뚝 떨어진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3년간 A매치 22경기에서 4골(평균 0.18골)에 그친 것이 그 증거다. 같은 시기 토트넘에선 144경기에서 무려 62골(평균 0.43골)을 쏟아낸 것과 비교된다.

그래도 손흥민 스스로 문제점을 인지한 채 변화를 원하는 게 다행이다. 그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레바논과의 2차전을 앞두고 “승리를 위해선 골이 필요하다. 나도 슈팅을 좋아하고 제일 자신 있는데, 조금 더 욕심을 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이 토트넘과 대표팀에서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것은 먼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리 케인을 비롯한 다른 공격수들이 즐비한 토트넘과 손흥민을 막으면 공격이 풀리지 않는 대표팀은 분명 다르다. 실제로 지난 2일 이라크전에선 손흥민이 공만 잡으면 2~3명의 선수가 집중견제하는 장면이 속출했다. 손흥민이 득점은커녕 슈팅 1개에 그친 이유다.

축구 전문가들은 환경이 다르면 활용법을 바꾸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측면 날개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올리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무리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골대에 가까운 곳에 뛸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법. 실제로 손흥민은 2019년 3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동갑내기 황의조(보르도)와 함께 투톱으로 출격해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을 측면 날개로 활용하더라도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종예선이 만만치 않은 무대라지만 한국이 상대의 공세까지 겁먹을 수준은 아니다. 손흥민이 수비에 기울이는 힘을 아낄수록 공격도 날카로워질 수 있다. 실제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토트넘 감독은 전임 감독(조제 모리뉴)과 수비 축구를 구사하는 것은 똑같으나 손흥민에 대한 수비 부담을 줄이며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득점에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도록 역할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팀에서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를 살리지 못한다면 큰 손실”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벤투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특별한 전술 변화에 대해선 꺼리는 분위기다. 그는 “선수와 포메이션을 바꾸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해야 한다”며 “더 적극적이고, 더 빠른 공격을 펼치겠다. 처음부터 침착하게 플레이해 우리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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