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길의 리플레이

다양한 공격 루트 시험…완성도는 ‘아직’읽음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
[김대길의 리플레이]다양한 공격 루트 시험…완성도는 ‘아직’

승점 3점을 챙겼지만, 이어질 최종예선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고편 같은 경기 내용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 이라크전과는 다른 공격 패턴을 들고 나온 점이 두드러졌다. 5명의 수비를 두면서 내려앉은 레바논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측면을 공략했다. 사이드백 홍철, 이용은 날개 공격수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측면이 막히면 황희찬, 나상호, 이재성, 조규성 등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었다. 중앙수비수 김민재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상대에게 혼선을 주는 데 성공한 카드로 평가할 수 있다.

비교적 후반 빠른 시간에 권창훈의 득점이 나오면서 답답하던 흐름도, 골 갈증도 풀었다. 그렇지만 골 결정력은 여전히 아쉽다. 사실 홈에서 만난 이라크, 레바논 정도의 전력이라면 상대 골문을 확실하게 공략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밀집수비를 극복하면서 골을 만들어낼 약속된 패턴을 지속적으로 연습하지 않았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났다. 측면 크로스의 정확도는 무뎠고, 크로스 타이밍에 공간을 만들어내는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는 아직 미완성이다. 전술적으로는 중앙에서 세밀한 플레이에 강한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필요로 하는데 아직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 도중 상대 수비의 면역성만 키워주는 상황을 만든다. 단조로운 공격에 상대 수비진이 분석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공격수들이 수비벽을 허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밀집수비와 압박을 깨기 위해서는 팀 스피드가 더 올라와야 한다. 황희찬-권창훈의 골 장면과 같은 상황을 조금 더 자주 연출했어야 한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지 3년이 넘었다. 레바논전에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시험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앞으로 만날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이라크, 레바논과는 레벨이 다른 상대다. 중동 원정길도 쉽지 않다. 첫 승리를 품에 안긴 했지만, 반대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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