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으면 학생, 유니폼 입으면 K리거…“세리머니 하다 학교 갔어요”

황민국 기자

FC서울 강등권 탈출 이끈 만 18세 강성진

FC서울 강성진이 지난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전에서 후반 33분 3-3으로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강성진이 4일 재학 중인 오산고에서 교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 프로축구연맹·FC서울 제공

FC서울 강성진이 지난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전에서 후반 33분 3-3으로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강성진이 4일 재학 중인 오산고에서 교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 프로축구연맹·FC서울 제공

준프로 계약 맺은 오산고 3학년
앳된 외모와 상반된 플레이로
6경기 연속 선발에 ‘1골 2도움’

“부모님은 이제 시작이니 노력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고교생 K리거인 강성진(18·서울)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반가우면서 어색하다.

FC서울 산하 유스 오산고 3학년인 그는 올해 준프로 계약(연봉 1100만원)을 맺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여전히 낮에는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듣지만, 저녁이면 그라운드를 휘젓는 야생마로 변신한다.

측면 윙어인 강성진은 등번호 7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을 때 가장 빛난다. “(골잡이를 상징하는) 9번을 좋아해 ‘7+2’를 선택했다”던 그는 이름값이나 나이보다 실력이 우선인 프로 무대에서 당당히 주전을 꿰찼다. 시즌 초인 지난 3월 리그 3라운드 성남FC전에 깜짝 출전하더니 최근 6경기에선 연속 선발 출전해 1골·2도움을 쏟아냈을 정도다.

특히 지난 3일 광주FC전에선 0-3으로 끌려가던 경기에서 후반 33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4-3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덕분에 11위였던 서울은 승점 40점을 확보해 10위로 올라서며 강등권과 거리를 벌렸다. 이 득점은 2019년 K리그 준프로 계약이 도입된 이래 고교생 K리거의 첫 골이기도 했다.

강성진은 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득점에 기뻐할 새도 없이 부리나케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돌아와야 했다”면서 “수학능력시험 전이라 정신없을 친구들한테 자랑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축구 선수로 소중한 경험이라 기쁘다”라며 웃었다.

고교생 K리거 강성진이 4일 오산고에서 교복을 입은 채 소속팀 FC서울 유니폼을 들고 있다. FC서울 제공

고교생 K리거 강성진이 4일 오산고에서 교복을 입은 채 소속팀 FC서울 유니폼을 들고 있다. FC서울 제공

강성진의 활약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앳된 외모와 상반된 플레이 덕분이다. 보통 젊은 선수들은 실수를 걱정하게 마련인데, 그는 수비수들 사이로 뛰어드는 드리블을 즐긴다. 데뷔골 역시 수비수 셋을 제친 뒤 가까운 골대의 좁은 틈 사이로 넣었다. 상대 골키퍼가 실점 직후 허망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그의 특별함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는 서울의 코너킥 전담키커도 도맡고 있다. 강성진은 “원래 측면에서 ‘크랙’처럼 균형을 깨는 플레이를 선호한다”면서 “(오산고 스승이었던) 차두리 감독님이 어릴 때부터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 코너킥은 언제나 형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강성진의 어린 나이는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시속 34㎞ 안팎의 스피드를 자랑하는데, 훈련을 통해 속도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공개한 K리거 최대 시속은 35.8㎞였다.

강성진은 “원래 발은 빨랐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면 순간 속도가 더 향상될 수 있다. 프로에선 조금의 차이가 결과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강성진이 욕심내는 것은 몸이 아닌 머리로 만들어내는 플레이다.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결과까지 만들어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성진은 “형들이 붙여준 별명이 맨유의 영건 그린우드에 학생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급식우드”라면서 “볼을 갖고 있든, 아니든 결과를 만들어내야 ‘급식’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성진의 바람대로 그는 곧 학생의 꼬리표를 뗀다. 내년부터는 소속팀 서울과 정식 프로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활약상이라면 서울을 거쳐 유럽을 누빌 날도 머지않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강성진은 “내년이면 진짜 프로 선수라는 실감이 날 것 같다”면서 “올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뒤 겨우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 그러면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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