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하위나이트 ‘다문화 3인방’
우루이민·술레이만·췐쯔강
한국서 공부하고 축구 배웠지만
병역 의무에 국적 선택 고민도
“제가 먼저 말을 안 하면 다 몰라요. 그냥 한국인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다 (중국인이라고) 말하면 놀라긴 해요.”
스포츠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고교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57회 대통령 금배도 예외는 아니다.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듯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대회에 나섰다.
중국 국적으로 경기 수원공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췐쯔강은 경기 동원하위나이트 유니폼을 입고 금배에 합류했다.
췐쯔강의 부모는 모두 중국 칭다오 출신으로 췐쯔강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으로 넘어왔다. 횟집을 운영하며 췐쯔강의 축구선수로서 성장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진 않았다.
동원하위나이트에는 췐쯔강 말고도 중국인 회사원 부모를 둔 우루이민(수원 외국인학교), 사업을 하다 한국에 머물게 된 모로코 출신 아버지를 둔 후다일리 술레이만(부천 진영고)까지 다문화 가정 선수들만 3명으로, 참가팀 중 가장 많다. 앞서 유스컵 부평고전에서는 췐쯔강이 우루이민으로 교체됐다. 외국 선수가 외국 선수로 교체된 셈이다. K리그에서도 보기 흔치 않은 장면이다.
고교 3학년 술레이만은 한국에서 태어났고, 모로코에서 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산 세월이 훨씬 길다. 술레이만은 어릴 적 이국적인 외모로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어딜 가나 그런 사람은 있는 거 아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레이만으로 불리고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특히 췐쯔강은 권지강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고 있고, 외양도 딱히 두드러지지 않아 중국인인 걸 밝히면 친구들이 깜짝 놀란다며 웃었다.
금배 참가 선수 중 외국 국적만 13명이다. 술레이만 등 다문화 가정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숫자가 훨씬 늘어난다. 국적도 중국부터 필리핀, 아프리카 가나와 나이지리아, 유럽 스페인 등 다양하다.
대부분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축구를 배운 선수들이지만, 국적 선택을 두고는 끝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국적을 택하면 병역 의무 때문에 프로 선수 경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출신 부모를 뒀지만 최근 귀화해 14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된 카디와 같은 사례는 흔치 않다. 2020년 금배에서 이름을 알린 네팔 출신 당기 머니스가 고교 졸업 후 프로 입단을 타진했다가 좌절한 바 있다.
췐쯔강은 프로 축구선수로 진로를 정했다. 한국이 독일을 잡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이탈리아의 젠나로 가투소, 칠레의 가리 메델 같은 터프한 미드필더가 되고 싶다면서 “K3라도 좋으니 프로 데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