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고진영, 다 가졌다

김경호 선임기자
고진영이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올해의 선수상 트로피와 CME 글로브 트로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네이플스 | AFP연합뉴스

고진영이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올해의 선수상 트로피와 CME 글로브 트로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네이플스 | AFP연합뉴스

손목 부상에도 ‘불굴의 투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2연패
LPGA 올 시즌 최종전서 ‘5승’
다승 1위·올해의 선수·상금왕
코르다와 승자독식 게임 승리

완벽한 ‘고진영 쇼’였다. 경쟁자 넬리 코르다(미국)는 “오늘은 솔직히 고진영 쇼였다. 한발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여자골프 세계 2위 고진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하며 모든 것을 다 가져갔다. 세계 1위 넬리 코르다와의 ‘승자독식 게임’에서 승리하며 올해의 선수, 상금왕 부문에서 역전했고 다승 경쟁에선 단독 1위가 됐다.

고진영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6556야드)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잡고 9언더파 63타를 쳐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 이날 8타를 줄인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달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부산) 이후 한 달 만에 시즌 5승째를 더한 고진영은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여자골프 최고상금인 150만달러(약 17억5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대회 전까지 코르다에게 10점차 열세였던 올해의 선수상 경쟁에서는 30점을 더해 211-197, 14점차로 앞섰고, 시즌 상금 350만2161달러(약 41억6700만원)로 2위 코르다(238만2198달러)를 압도했다.

시즌 내내 괴롭혀온 왼 손목 부상이 악화돼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경기한 악조건 속에서 고진영은 오히려 생애 베스트 스코어(종전 64타)를 작성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2라운드부터 사흘 내내 그린적중률 100%를 기록한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매홀 버디 기회를 만들었고, 몇차례 6~8m의 중장거리 퍼트까지 집어넣으며 함께 플레이한 코르다, 하타오카의 기를 꺾었다.

1번홀(파5) 버디로 먼저 포문을 연 뒤 전반 9홀에서 버디 6개를 낚아 합계 20언더파로 3타차 선두에 나선 고진영은 지난 사흘 동안 버디 5개에 그치며 고전했던 후반 9홀에서 버디 3개를 더했다. 17번홀(파5)에서 투 온으로 가볍게 버디를 낚고 2타차를 유지한 채 맞은 18번홀(파4)에서 하타오카가 1타를 더 줄였지만 고진영은 홀 10㎝ 옆에 우승 퍼트를 남기고 있었다.

2019년 이후 2년 만에, 한국선수 중 최초로 두 번째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고진영은 “여러 타이틀 중 올해의 선수상의 의미가 가장 크다. 역전하려면 사실상 우승하는 길밖에 없었는데, 그걸 해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상금왕은 2019년 이후 3연속 수상이다. 고진영으로선 시즌 초반의 슬픈 일과 악재를 모두 딛고 대역전극을 이룬 시즌이라 더 뿌듯했다. 지난 3월 할머니 별세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VOA 클래식(7월)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도쿄 올림픽 이후 한 달 반 동안 한국에서 재충전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9월 이후 7개 대회에서 4승을 올리는 괴력을 뿜어냈다. “오늘 하늘에서 할머니가 울고 계실 것”이라고 말한 고진영은 “시즌 초반 많이 울기도 했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아 2019년보다 더 달콤한 마무리가 됐다”며 웃었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7승을 합작하며 LPGA 통산 201승으로 마무리했다. 고진영이 5승, 박인비와 김효주가 1승씩 거뒀다.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시즌 평균 69.325타를 쳐 베어 트로피를 받았고, 메이저 포함 시즌 4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코르다는 무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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