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1년 전 25언더파 우승은 운이 아니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AT&T 바이런 넬슨 2연패 쾌거

이경훈이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최종라운드에서 역전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한 뒤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매키니 |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이경훈이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최종라운드에서 역전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한 뒤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매키니 |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최종R 9타 줄여 26언더파로 역전승
한국인 첫 ‘PGA 타이틀 방어’ 성공
같은 코스·72홀 스트로크 대회에서
25언더파 이상 스코어 2연패는 처음

최근 4개 대회 3연속 컷탈락 부진 속
퍼터·스윙코치 등 변화로 극적 반전
세계 랭킹 88위→41위 47계단 점프

이경훈(31)이 지난 13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달러) 첫날 8언더파 64타 공동 2위로 출발했을 때,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지난해 25언더파로 거둔 생애 첫 우승이 ‘운(fluke)’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같은 조의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 메이저 3승의 전 세계 1위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에게 위축되지 않고 그들보다 3타 적은 64타를 쳤다”고 평가하면서도 대회 2연패 가능성을 말하진 못했다. 셰플러와 스피스를 비롯해 전 세계 1위 선수들인 저스틴 토머스, 브룩스 켑카,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 등 특급 선수들이 이어지는 PGA 챔피언십 전초전으로 삼아 대거 출전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경훈은 최근 4개 대회에서 3연속 컷탈락을 하는 부진에서 겨우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경훈은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날 선두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에게 4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이경훈은 무려 9타를 줄이는 대역전극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b>가족과 함께 기쁨 만끽</b> 이경훈이 16일 AT&T 바이런 넬슨 최종라운드에서 역전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한 뒤 트로피를 들고 부인, 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매키니 | AFP연합뉴스

가족과 함께 기쁨 만끽 이경훈이 16일 AT&T 바이런 넬슨 최종라운드에서 역전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한 뒤 트로피를 들고 부인, 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매키니 | AFP연합뉴스

이경훈은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7개로 9언더파 63타를 쳐 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 스피스(25언더파 263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상금 163만8000달러(약 21억원)를 거머쥐었다. 2021 마스터스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공동 3위(24언더파), 저스틴 토머스와 잰더 쇼플리가 공동 5위(23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이경훈은 실력 입증을 넘어 한국선수 최초의 PGA 투어 대회 2연패라는 새 역사를 썼고 세계 랭킹도 지난주 88위에서 47계단 뛴 41위로 올라섰다. 골프 전설들인 샘 스니드(1957~1958년), 잭 니클라우스(1970~1971년), 톰 왓슨(1978~1980년·이상 미국)에 이어 78년 전통의 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4번째 주인공 반열에도 올랐다.

최근의 부진을 털고자 이경훈은 퍼터를 일자형에서 말렛형(투볼)으로 바꾸고 스윙코치와 캐디까지 교체했다. 멘털코치의 도움도 받으며 잘 했던 옛날로 돌아가고자 노력한 게 극적인 반전 효과를 냈다.

2번홀(파4)에서 15m짜리 버디 퍼트를 넣고 힘을 낸 이경훈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낚으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고, 12번홀(파5)에서 투온에 이은 1.5m 이글 퍼트를 넣고 1타 차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후 버디 2개를 더해 2타 차 선두로 마친 이경훈은 마지막 조의 스피스가 18번홀(파5)에서 이글 퍼트에 실패하면서 승리를 확인했다.

골프통계 전문가 저스틴 레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같은 코스에서 열린 72홀 스트로크 대회에서 25언더파 이상 스코어로 2연패를 이룬 선수는 처음”이라며 “롤랑 가로의 나달, 양키스타디움의 베이브 루스, 그리고 TPC 크레이그 랜치의 이경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지난해 만삭의 아내(유주연씨)와 생애 첫 우승 기쁨을 누렸던 이경훈은 올해 10개월 된 딸, 그리고 부모와 함께 감격을 나눴다. 이경훈은 “지난해처럼 다시 꿈을 이뤘다. 올해는 가족과 함께해 더 뜻깊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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