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마스터즈 18언더파 270타
“페이드 구질 드라이버샷, 승부수”
“더 많이 질문해주세요. 질문 더 없나요.”
프로 데뷔 9년, 통산 112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 감격을 누린 ‘불곰’ 이승택(29)은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할 인사도 많았다.
이승택은 1일 경남 양산 에이원CC(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설대회 렉서스 마스터즈(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7타를 줄이고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해 강윤석, 김우현 등 공동 2위 4명(13언더파 275타)을 5타 차로 따돌리고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트를 넣고 별명인 불곰처럼 두 팔을 벌려 큰 소리로 포효한 이승택은 “첫 우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는데, 그동안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2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5년 KPGA 투어에 데뷔한 이승택은 2020년까지 6시즌 동안 뛴 뒤 2021년부터 2년간 군복무(11사단 소총수)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한 이후 두 번째 시즌에 마침내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지난 4월 KPGA 파운더스컵에서 고군택과 연장전 끝에 패배하는 등 올해까지 8시즌 동안 3차례 준우승을 거둔 게 그의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3라운드 선두 강윤석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이승택은 1번홀(파4)에서 티샷을 왼쪽 나무 밑으로 보내고 보기로 출발했으나 3번(파5), 4번홀(파3) 연속 버디로 분위기를 돌린 뒤 9번(파5), 10번홀(파4) 연속 버디로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3번(파5), 14번홀(파4)에서 3번째 연속 버디를 기록한 뒤 15번홀(파5)에서 투 온 이후 4.5m 이글 퍼트를 넣고 4타 차로 달아나 쐐기를 박았다.
공식 인터뷰에서 이승택은 “우승이란 게 이런 기분이구나, 처음 알게 됐고 그동안 있었던 여러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감회를 밝힌 뒤 “지난 4월 파운더스컵 준우승 이후 드라이버샷을 페이드 구질로 바꿔 자신감을 더한 게 승부수로 통했다”고 말했다.
이승택은 덩치와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새가슴’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많이 범했다. “긴장되는 순간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그는 “결정적인 순간이면 ‘블랙아웃’이 생겨 홀이 보이지 않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약점도 주위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격려를 받으며 개선했다. “박상현 선배님이 파운더스컵 패배 이후 먼저 전화를 해 격려해주셨고, 그 후로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오늘의 우승은 박상현 선배 아니면 없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강윤석은 데뷔 13년 만의 첫 우승에 도전했으나 이날 이븐파 72타로 공동 준우승에 그쳤다. 김한별과 허인회, 조민규 등 4명이 공동 6위(12언더파 276타)에 올랐고 상금 선두 김민규는 공동 52위(3언더파 285타)에 머물러 상금 10억원 도전을 다음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