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전 ‘올림픽 정신’은 아직 유효한가

이용균 기자

코로나19가 불러온 ‘뉴 노멀’의 시대…다시 묻는 ‘존재의 이유’

관중 없이 나홀로 성화봉송 전 일본 국가대표 수영 선수 데라카와 아야가 13일 일본 스이타의 엑스포 기념공원에서 올림픽 성화봉송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이타 | AP연합뉴스

관중 없이 나홀로 성화봉송 전 일본 국가대표 수영 선수 데라카와 아야가 13일 일본 스이타의 엑스포 기념공원에서 올림픽 성화봉송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이타 | AP연합뉴스

성소수자 차별·젠트리피케이션…
리우·소치에서 불거졌던 문제들

코로나 위험 속에도 강행하는 도쿄
인권 탄압 논란 커진 베이징까지
정치적 목적이 세계평화보다 우위

덩치 커지며 지속 가능성도 숙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림픽 정신의 3가지 가치는 다음과 같다.

탁월함(Excellence), 우정(friendship), 존중(respect).

이 3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와 문화를 증진하는 것이 올림픽의 목표다. 1894년 IOC 창설 당시 ‘보다 빠르게,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IOC는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경쟁 그 자체이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127년 전의 목표와 구상은 지금도 유효할까.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이제 올림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전했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이라는 목표와 정신은 최근 수차례의 올림픽에서 심각하게 훼손됐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은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에 가까운 차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시작됐다. ‘정치적 불개입’이라는 올림픽 헌장 50조의 방패 아래 선수들의 의견 개진도 막혔다. 올림픽을 주최한 러시아는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으로 스포츠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무너뜨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리우 지역의 저소득층을 외곽으로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대두됐다. 공사 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심각했다. 모두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세계 평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국제정치 상황이 급변하며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다가오는 두 개의 올림픽, 도쿄 올림픽과 내년 2월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역시 올림픽 정신 훼손이라는 우려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대회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자칫 대회 기간에 코로나19의 슈퍼 전파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경제적 이유가 세계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보다 우위에 놓여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소수 이슬람 주민 인권 탄압 문제가 올림픽 보이콧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홍콩 민주화, 티베트 자치구 문제 등이 겹치며 미국 행정부, 캐나다 의회, 유엔은 물론 180여개 인권단체가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두고 ‘경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국 내 인권 문제가 올림픽 후원사의 불매운동과 지지운동으로 갈리면서 복잡한 상황으로 폭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도 걸림돌이다. 2022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당시 최종 후보는 베이징과 또 다른 독재국가 카자흐스탄이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올림픽 비용 문제 때문에 유치를 포기했다.

덩치가 너무 커져버린 올림픽을 치를 인센티브는 ‘정치적 이유’밖에 없다는 점이 올림픽이라는 대형 행사의 지속 가능성을 염려케 한다. 2032년 하계올림픽은 호주 브리즈번이 우선 협상 대상자이지만 이 역시 사우스이스트퀸즐랜드, 퀸즐랜드 등 대형 도시들과 함께 치르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를 ‘뉴 노멀’의 시대로 바꿔놓았다. 120여년 전 창설한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 역시 ‘뉴 노멀’의 시대에서 그 존재 이유를 다시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1년 미뤄졌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2020 도쿄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늦었지만 다시 질문 할 때다. 과연 올림픽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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