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행 앞에 놓인 남성 호르몬 ‘벽’

최희진 기자

세메냐 겨냥 테스토스테론 기준 만들자 선수들 ‘좌불안석’

캐스터 세메냐

캐스터 세메냐

세메냐, 참가신청일 놓치고
수치 낮추는 약물도 거부
분비량 기준치 넘는 선수들
대표 탈락하거나 타 종목으로

세계육상연맹(WA)이 캐스터 세메냐(30·남아프리카공화국)를 겨냥해 만든 테스토스테론 기준이 다른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까지 가로막고 있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기준치를 넘는 선수들은 2020 도쿄 올림픽 대표 선발에서 탈락하거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장거리 종목으로 우회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세메냐는 지난 1일 벨기에 리에주에서 열린 육상 여자 5000m 경기에서 15분50초91에 결승선을 통과해 도쿄 올림픽 기준 기록인 15분10초에 미치지 못했다. 세메냐는 지난달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5000m 경기에서도 15분32초15에 그쳤다. 이로써 2012 런던 및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 세메냐는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세메냐는 지난달 30일이었던 남아공육상협회의 올림픽 참가 신청 마감일도 놓치고 말았다.

800m 패권을 장악했던 세메냐가 5000m에 도전한 이유는 2018년 WA가 제정한 테스토스테론 기준 때문이다. WA는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보통의 여성보다 높아 경쟁의 공정성을 해친다면서 400·800·1500m 및 1마일(1.6㎞) 종목에 대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기준치를 웃도는 선수는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 WA가 단·장거리를 제외하고 중거리에만 적용한 이 기준은 경기력이 월등히 뛰어난 세메냐를 배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약물로 수치를 낮추면 대회에 나갈 수 있지만 세메냐는 약물 주입을 거부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WA가 세메냐를 “생물학적 남성”이라고 공격해 세메냐는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2019년 CAS가 WA의 손을 들어준 후 세메냐는 유럽인권재판소로 무대를 옮겨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WA의 테스토스테론 기준 때문에 도쿄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선수는 세메냐만이 아니다. 3일 AP통신에 따르면 나미비아의 400m 여성 선수 2명이 테스토스테론 기준치를 상회해 올림픽을 포기했다. 이 중 한 명인 크리스틴 음보마는 20세 이하 세계기록 보유자다.

2016 리우 대회 여자 800m 은메달리스트 프랜신 니욘사바(부룬디)와 동메달리스트 마거릿 왐부이(케냐)도 같은 이유로 도쿄 대회 800m 출전이 불발됐다. 니욘사바는 주 종목이 아닌 5000m에서 간신히 도쿄행 티켓을 획득할 수 있었다.

30대에 접어든 세메냐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가 올림픽 무대로 복귀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진다. AP통신은 “세메냐가 법정 싸움에서 이기거나 장거리 선수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다면 큰 무대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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