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이긴 ‘불혹의 궁사’ 오진혁…“동생들과 화려한 피날레를”

김경호 선임기자

막내 17세 김제덕과는 23살 차이

남자 양궁 대표팀 ‘불혹의 궁사’ 오진혁이 지난달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양궁 대표팀 ‘불혹의 궁사’ 오진혁이 지난달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1981년 8월생, ‘불혹의 궁사’ 오진혁(40·사진)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꿈을 꾸고 있다.

오진혁은 고교 3학년 때인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뽑히며 일찌감치 한국 양궁의 미래 간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큰 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다 2012년에야 런던 올림픽 대표로 나섰고, 거기서 한국 남자양궁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역사를 썼다. 이후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선발전 통과를 눈앞에 두고 탈락하면서 이미 30대 후반에 선 그에겐 은퇴가 기다리고 있는 듯했으나 불굴의 투혼으로 다시 올림픽 대표가 되는 데 성공했다.

오진혁은 그야말로 쟁쟁한 후배들과의 대표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해 김우진, 김제덕과 팀을 이루게 됐다. 마흔을 넘긴 올림픽 궁사는 한국대표 사상 처음이고, 세계 무대에 나가도 거의 최고참에 해당한다. 막내 김제덕(17)과는 무려 23살 차이가 난다.

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까지는 은퇴 위기를 극복한 놀라운 사연이 있었다. 부상을 안고 있던 그는 2017년 검진에서 오른쪽 어깨 회전근 3개가 파열돼 있고, 1개는 거의 다 해져 섬유화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과 함께 은퇴를 권고받았다. 계속 어깨를 쓰다가는 인공관절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진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의 관절 전문병원을 찾아간 그는 “운동을 더 하고 싶은가, 아니면 치료를 받고 싶은가”라는 전문의의 질문에 주저없이 “활을 더 쏘고 싶다”고 답했다. 수술을 미루고 통증을 줄이는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서 오진혁은 가슴 대흉근을 사용해 활을 쏘는 기술 변화로 장애를 극복해 갔다. 몸을 돌보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는 모습에 주위에서는 “미친 놈”이라며 걱정했지만, 누구도 그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불굴의 집념과 피나는 노력,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미는 그의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마침내 당당히 다시 올림픽 대표가 되었다. 오진혁은 “한국 나이 마흔한 살에 올림픽 대표가 됐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면서 “런던 올림픽 때보다 기술적으로, 심리적으로 더 안정돼 있다는 느낌이고, 그 경험을 살려 동생들을 잘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우선 단체전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고, 첫 종목인 혼성경기부터 우리 모두가 다 함께 경기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아들 유찬(4), 딸 서아(3)의 아빠인 오진혁은 “아빠가 양궁선수인 것을 알고 파이팅을 외쳐주는데,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물을 안기고 싶다. 후회없는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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