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취재기자가 목격한 ‘허술한 방역’…방역 심사 승인 ‘먹통’, 경비는 ‘꾸벅꾸벅’읽음

도쿄 | 윤은용 기자

사전 등록한 ‘액티비티 플랜’ 정부 승인 안 나 5시간 발 동동

자가격리 위해 도착한 숙소, 투숙객들 아무 제지 없이 출입

<b>괜찮을까</b> 2020 도쿄 올림픽을 닷새 앞둔 18일 도쿄 하루미 지역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에 세계 각국 선수단이 속속 입촌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괜찮을까 2020 도쿄 올림픽을 닷새 앞둔 18일 도쿄 하루미 지역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에 세계 각국 선수단이 속속 입촌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일본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전 세계적인 역풍을 맞으면서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했다. 나름대로 치밀한 방역 수칙을 세워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난 17일 오후 1시30분쯤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올림픽 취재진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코로나19 방역 심사를 받았다. 일반 승객들은 입국 후 2주 동안 특정 장소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올림픽 관계자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지정된 미디어 숙소에서 3일간 자가격리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입국 후 2주 동안의 동선을 보고하는 ‘액티비티 플랜’이다. 일본의 방역 통합 시스템에 사전 등록한 액티비티 플랜을 일본 정부가 승인해 줘야 일본의 코로나19 방역 대책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옷차(OCHA)가 활성화돼 방역 심사에 필요한 QR코드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적잖은 취재기자들이 액티비티 플랜이 통과되지 않은 탓에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조직위원회 측은 ‘일본에 도착하는 즉시 승인될 것’이라고 했지만, 일본에 도착한 후에도 승인이 나지 않아 코로나19 검사조차 받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현지 관계자 1명이 해결사처럼 다가왔다. 그는 승인을 받지 못한 취재기자들을 데리고 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기다림에 지쳐 물어보니 “보통 1시간에 3명 정도, 늦으면 1명당 1시간 반 정도 소요가 된다”는 무심한 답만 돌아왔다. 같은 날 일본에 들어온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무척 늦게 나와 공항에서 무려 6시간을 기다린 끝에 나올 수 있었다.

‘이러다 공항에서 날을 샐 수 있겠다’는 공포가 밀려오던 순간, 다행히 현지 대한항공 관계자들까지 나서 도와준 덕분에 문제는 해결됐다. 다만, 그때까지도 액티비티 플랜의 승인이 나지 않아 일반 승객들에게 적용되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신 2주 안에 승인이 나면 예정대로 3일만 자가격리를 하고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사는 순조로웠다. 긴 플라스틱 막대에 침을 일정 수준까지 뱉는 타액 검사 후 1시간 정도 기다려 음성 판정을 받고 짐을 찾아 마침내 밖으로 나왔다. 이때가 오후 6시50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는 가시마에 도착했다. 그런데 숙소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예상 밖의 광경을 또 목격했다. 기자들 3일간의 자가격리를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경비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맥이 탁 풀렸다. 허울뿐인 자가격리자들이 경비 앞을 아무 제지 없이 지나는 모습이 보였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투숙객도 적잖았다. 일본의 방역은 수칙만 엄격할 뿐, 실제 관리는 허술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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