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인 매실·레몬…일본의 ‘신박한’ 코로나 검체 채취법

도쿄 | 윤은용 기자
[여기는 도쿄]절인 매실·레몬…일본의 ‘신박한’ 코로나 검체 채취법

지난 17일 도쿄 올림픽 취재를 위해 일본에 입국하고 자가격리 최종일인 사흘째. 발이 묶여 있는 취재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역시 거듭되는 코로나19 검사다. 입국 공항에서부터 코로나19 검사가 이어진다. 드나드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목구멍을 휘젓거나 콧속을 후비는 대신, 침 분말을 이용한 코로나19 간이 검사를 한다.

그런데 이 침 뱉는 일도 사람 나름이다. 당국이 요구하는 양의 침을 모아 무리 없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침이 나오지 않아 고생깨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침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 당국에서 마련한 방법이 참 오묘하다. 공항에 있는 코로나19 검사 부스에는 일본 사람들에게 김치나 다름없는 우메보시(매실 절임)와 레몬 사진이 떡하니 붙어 있다(사진). 신맛을 대표하는 이들을 보고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아이디어라면 아이디어인데 이 방법마저 통하지 않으면 다시 코 안을 후벼 샘플을 채취해간다. 고통을 줄이고 싶다면 부디 침이 많이 나오길 기도해야 한다.

이 침 샘플을 모으는 일은 공항을 통과한 뒤에도 계속된다. 입국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3일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매일 한 번씩 모아 제출해야 하는데 자가격리 마지막날을 기점으로 또 나흘에 한 번씩 내야 한다.

샘플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수거 담당자가 올 때까지 숙소에서 기다리는 게 원칙이다. 숙소 직원들 누구도 샘플을 어떻게 제출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관련 문의에 엉뚱하게도 택배로 보내주겠다는 한 직원의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법이었다. 몇 시간 뒤 수거 담당자가 갑자기 찾아와 샘플을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샘플을 전달하긴 했지만, 현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얼마나 안 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곳에 온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침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귀국 때까지는 ‘침과의 전쟁’이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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