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박지성의 산책·이승엽의 8회…이번엔 그대를 믿는다

도쿄 | 이용균 기자

고구마 같은 한·일관계…지금 필요한 건 ‘사이다 승리’

[Tokyo 2020]박지성의 산책·이승엽의 8회…이번엔 그대를 믿는다

한·일 갈등은 2019년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건 이후 심화됐다. 국내에서 일본 제품 보이콧 운동이 펼쳐졌고, 일본 여행도 크게 줄었다. 일본 내 반한 감정 역시 가파르게 악화됐다.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은 한·일관계 악화 이후 처음 치러지는 국제종합대회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대회 전부터 한·일관계의 긴장감이 넘친다. 선수촌에 대표팀이 내건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은 일본 우익단체들의 시위에 밀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았다. 역사적으로도 명량해전과는 관계없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였음에도 생트집을 잡은 결과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성사되려던 한·일 정상회담도 주한 일본 공사의 망언 등 때문에 무산됐다. ‘고구마 100개’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한·일전, 특히 단체 구기 종목의 승리가 필요하다.

■황의조 vs 요시다 마야

축구 황의조·요시다 ‘공수 핵’
‘3월 참패’ 8강서 만나 갚아주길

한·일전 중에서도 남자 축구가 갖는 상징성은 엄청나다.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 이민성의 결승골로 마무리된 1997년 9월28일 도쿄대첩은 한·일전 축구 사상 가장 통쾌한 승리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친선전에서 박지성은 선제골을 넣은 뒤 일본 팬들을 향해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일전 축구 사상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다. 지난 3월 A대표팀이 일본에서 당한 0-3 참패는 올림픽 대표팀이 갚아야 할 숙제다.

한국 공격 선봉 황의조와 일본 수비 중심 요시다 마야의 역할이 한·일전의 열쇠다. 황의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고비마다 결정적 골로 금메달을 이끌었다. 일본 수비진을 이끄는 요시다는 2012 런던 올림픽 때에도 수비수로 뛰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만 10골을 넣은 ‘도쿄 리’ 이동경의 활약도 기대된다. 한국은 B조, 일본은 A조에 속해 이르면 8강전에서 만날 수 있다.

■강백호 vs 야나기타 유키

‘풀스윙 타자’ 강백호·야나기타
야구 맞대결 주요 관전 포인트

야구 한·일전은 자주 벌어지지 않지만, 야구가 일본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리그 규모와 저변 등에서 한국야구가 열세임에도 한·일전의 역사에서는 ‘약속의 8회’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극적인 승부가 자주 나왔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무게감도 지녔다.

양팀을 대표하는 강타자 강백호(KT)와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의 호쾌한 스윙에 승부가 달렸다. 둘 모두 온몸을 이용해 휘두르는 ‘풀스윙’이 특징이다. 강백호는 일본 대표팀이 일찌감치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스트라이크존 전체를 커버하는 콘택트 능력에 장타력을 갖췄다. 야나기타는 별명이 ‘미스터 풀스윙’인데, 최근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는 점이 변수다.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대회 특성상 한·일전이 여러 차례 열릴 수 있다.

■김연경 vs 이시카와 마유

배구,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일본 21세 에이스와 격돌 주목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은 한이 서릴 만큼 아쉬웠다. 한·일전에서 신장의 우위를 지녔지만 일본 특유의 조직력에 막히며 0-3으로 졌다. 4년 뒤 리우에서 다시 만났을 때 김연경이 30점을 퍼부으며 3-1로 이겼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진짜 승부를 가릴 때다.

한국 대표팀은 이재영, 이다영이 학폭 논란으로 빠지며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일본은 173㎝로 배구선수로선 크지 않은 키에도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이시카와 마유(21)가 에이스다. 2019 서울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우승시키며 MVP에 올랐다. 지난 5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 때도 이시카와는 18점을 올리며 한·일전 3-0 승리를 이끌었다. 192㎝, 33세 베테랑 김연경과 173㎝, 21세 이시카와의 대결이 기대되는 한·일전은 오는 31일 오후 7시4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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