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진종오가 마스크 안 벗는 이유

도쿄 | 김은진 기자
진종오가 지난 20일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종오가 지난 20일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사히 경기 치르려 조심조심
배구 김연경·양궁 오진혁 등
노장 선수들 남다른 의지 활활

‘사격 황제’ 진종오(42·사진)는 진천선수촌에서 늘 마스크를 착용하고 훈련했다. 코로나19 위험 속에 열리는 올림픽,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안전하게 대회를 마치기 위한 노력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사격 권총 선수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특히 결선에서는 중계 화면에 얼굴이 잘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마스크를 벗으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진종오는 “대회 내내 마스크를 쓰고 경기하겠다”고 했다.

진종오는 이번 대회에서 2개 종목에 출전한다. 24일 10m 공기권총 개인전을 치른 뒤 27일 추가은과 함께 혼성단체전에 나가야 한다. 2024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도 도전해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쿄는 사격황제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중한 마지막 무대를 가능한 한 끝까지 무사하게 치르고 싶은 소망, 진종오가 불편한 마스크 착용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젊음, 축제라는 표현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돼버렸다.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은 위험한 대회다. 그러나 평생의 꿈을 담은 땀을 흘려온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인생의 무대다. 진종오처럼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각오를 가졌다면 이 이상한 올림픽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무대다.

‘배구여제’ 김연경(33)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 계정에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과 훈련장에서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5명이 양팔을 머리 위로 모아 원을 그려 오륜마크를 만들며 마지막이 될 올림픽을 후배들과 함께 기념했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세번째인 도쿄를 끝으로 올림픽 무대를 마치게 된다. 25일 브라질전으로 그 마지막 무대를 시작한다.

2012년 런던에서 한국 남자 양궁 개인전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오진혁(40)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는 가지 못했다. 은퇴를 이야기하는 나이가 됐지만 어깨 부상까지 극복하고 2021년 도쿄에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활을 잡는다. 한국 양궁 사상 최초로 40대에 올림픽에 나서게 된 오진혁은 “후회 없는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26일 펜싱 여자 사브르 메달 사냥에 나서는 ‘미녀 검객’ 김지연(33)은 불굴의 의지로 정말 어렵게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2월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눈물 속에 포기해야 했던 올림픽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면서 준비할 기회를 얻었다. 1년 사이, 모두가 어려울 거라던 재활을 마치고 다시 검을 잡아 도쿄행 티켓까지 따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 사브르 금메달로 한국 여자 펜싱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던 김지연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해 아쉬움 속에 귀국했다.

13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야구 대표팀에도 세 형이 있다. 오승환(39)과 강민호(36), 김현수(33)는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2008년 베이징에서 20대의 젊은 패기로 한국 야구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이들은 이제 자신들을 보고 자란 ‘베이징키즈’들을 이끌고 생애 마지막이 될 올림픽 무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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