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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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지난 23일 개막한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여성 비율은 48.5%입니다. 여성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 처음으로 허용됐던 것은 1900년 파리 올림픽입니다. 당시 여성 선수 비율이 2.1%였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성비가 1 대 1 균형을 이루는 데 120년이 걸린 셈입니다. 기울어진 스포츠계의 운동장에서도 선수들이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르고 있을 이들을 응원하며, 플랫팀이 주목할 만한 여성 선수들 소식을 정리해드립니다.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즈가  26일 일본 도쿄 국제 포럼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kg A조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즈가 26일 일본 도쿄 국제 포럼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kg A조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필리핀 최초 금메달리스트, 역도영웅 하이딜린 디아스

필리핀 최초의 금메달은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의 손에서 나왔다.

디아스는 지난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역도’ 55㎏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7㎏로 합계 224㎏를 들어올리며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쟁자인 중국 선수가 용상 3차 시기에서 126㎏를 들었던 상황. 디아스가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평소 들었던 무게보다 2㎏ 무거운 127㎏를 들어야 했다. 그는 잠시 비틀거린 후 바벨을 하늘로 번쩍 들어올렸고, 역기를 내려놓자마자 뜨거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필리핀은 1924년 파리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래 97년간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디아스의 도전은 곧 필리핀 스포츠의 역사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필리핀 여자 역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3번째 출전이었던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필리핀이 20년 만에 따낸 메달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훈련 경비는 늘 부족해서, 그는 대기업과 스포츠 후원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금전적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명실상부한 필리핀 역도 전설로 이름을 남기게 된 디아스의 유년시절은 그리 유복하지 않다. 종파갈등이 극심한 잠보앙가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디아스는 지독한 가난 탓에 물 40리터를 지고 수백 미터를 걸었다. 당시 나이는 11살. 다른 남자 형제들과 함께 역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또래 남자 아이들보다 무거운 무게를 들며 두각을 나타냈다.

나무 조각으로 시작해 지프차 바퀴 보호대, 시멘트 덩어리 등을 들어내며 실력을 키운 그는 17살에 필리핀 최연소 여자 역도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무거워졌다. 2012년 부상으로 심한 슬럼프에 빠졌을때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때문에 운동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디아스는 우승 직후 AFP와의 인터뷰에서 “믿기지 않는다. 꿈이 이뤄졌다. 필리핀의 젊은이들에게 ‘당신도 금메달의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고, 달성해냈다”며 “필리핀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젠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25일 열린 도쿄 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 메달 수여식에서 네덜란드의 아네미크 반 플뢰텐, 오스트리아의 안나 키젠호퍼(가운데), 이탈리아의 엘리사 롱고 보르기니가 단상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5일 열린 도쿄 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 메달 수여식에서 네덜란드의 아네미크 반 플뢰텐, 오스트리아의 안나 키젠호퍼(가운데), 이탈리아의 엘리사 롱고 보르기니가 단상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수학박사의 사이드프로젝트,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사이클을 본격적으로 탄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무명의 선수가 세계적인 강호들을 모조리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오스트리아의 안나 키젠호퍼(30).

그는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석사 학위, 스페인 카탈루니아 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자’다. 현재도 스위스의 한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가 사이클 선수로서 본격적으로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짧은 경력 탓에 그동안 특출한 성적은 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44위에 그쳤다.

그래서인지 누구도 키젠호퍼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25일 도쿄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3시간52분45초의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초반 2㎞ 지점부터 치고 나간 공격적인 레이스가 주효했다. 후위 그룹에는 다수의 우승 후보가 포진한 네덜란드 선수들이 있었지만 시종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키젠호퍼는 인터뷰에서 “나는 아마추어다. 식단은 물론, 장비와 레이스 플랜 등 모든 것을 내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오히려 그것이 나의 자부심”이었다고 했다. ‘공부’가 본업인지라 전문 선수들과 같은 수준의 훈련을 하기는 어렵지만, 수입의 거의 전부를 사이클에 투자하며 경기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공부와 사이클을 계속 병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수학 박사님의 사이클 깜짝 우승

니시야 모미지가 26일 열린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결선에서 연기를 마친 뒤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니시야 모미지가 26일 열린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결선에서 연기를 마친 뒤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3세 330일’ 나이로 세계1위가 된 스케이트보더

스케이트보드는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일본의 니시야 모미지로, 올해 나이가 ‘13세 330일’이다. 일본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다.

니시야는 26일 도쿄 아리아케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결선에서 15.26점을 기록하며 동갑인 브라질의 레알 하이스(13세 203일·14.49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니시야는 경기 후 “중간까지는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주위에서 격려해준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니시야는 오사카부(大阪府) 출신으로, 5살 때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했다. 그가 금메달을 딴 스트리트 부문은 계단과 난간 등 길거리에 있는 구조물에서 경기하는 종목이다.

하계 올림픽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3m 스프링보드 다이빙에서 13세 268일 나이에 우승한 마저리 게스트링(미국)이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기록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김윤미(13세 85일)가 가지고 있다.

📌 [도쿄올림픽] 일본 13세 소녀 스케이트보드서 금메달

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박지수(맨 오른쪽)와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박지수(맨 오른쪽)와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졌지만 잘싸웠다’ 최강팀 스페인 상대로 선전한 여자농구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가 강호 스페인을 맞아 선전을 펼쳤으나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4점 차의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3쿼터까지는 접전을 펼쳤으나 4쿼터 초반 실책으로 인한 공수 난조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한국은 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1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69-73으로 졌다. 이번 올림픽 전까지 스페인과의 역대 상대 전적은 6전 6패.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는 46-83, 무려 37점차로 졌으나 이번 경기에서는 3쿼터까지 접전을 펼치며 4점까지 차이를 좁혀냈다. 한국은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랭킹 19위, 스페인은 3위다. 올림픽 출전팀 중에서는 약체로 꼽히는 한국팀이 강팀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한 것이다.

한국 여자농구의 올림픽 출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만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여자 농구를 4강까지 올려놓으며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로 불렸던 전주원 감독(49)이 사령탑을 맡았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단체 구기 종목에서 여성이 사령탑에 오른 것은 전 감독이 처음이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긴장할 줄 알았는데 경기 초반 잠깐 그러다가 이후엔 제기력을 발휘했다”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첫 올림픽 경기에서 스페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남은 캐나다와 세르비아전에서 최소 한 경기는 이겨야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 [도쿄올림픽]‘졌잘싸‘ 한국 여자농구…세계 3위 강호 스페인에 4점 차 석패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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