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여서정, 한국 여자체조 첫 올림픽 메달
“긴장해 많이 웃으려고 노력
나중에 아빠 이겨보고 싶다”
여서정(19·수원시청)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아까 동메달 확정되고 한참 울었다”는 여서정은 도마 출발대에서의 긴장감이 싹 사라진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2차 시기의 실수가 아쉬울 법했지만 “나는 너무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1일 열린 여자 도마 결선 1차 시기에서 자신의 기술 ‘여서정’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착지 뒤 얼굴에 ‘해냈다’는 표정이 묻어났다. 1차 시기 점수 15.333은 이날 결선 8명 중 가장 높았다. 여서정은 “제발 잘되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 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2차 시기에서 착지 실수가 나오면서 점수가 14.133으로 떨어졌다. 여서정은 “1차 시기가 너무 잘돼 들뜬 모양”이라며 “그래도 동메달은 충분한 보상인 것 같다. 너무 좋다”고 웃었다.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여서정의 바로 앞 차례였던 미국의 제이드 캐리는 유력한 메달리스트였지만 1차 시기 도움닫기 때 실수가 나오면서 11.933점에 그쳤다.
여서정은 “나도 저러면 어떡하지 걱정됐다. 감독님이 옆에서 신경 쓰지 말고, 내 것만 하면 된다고 해주셨다”고 했다. 올림픽 결선의 긴장감은 피할 수 없다. 여서정은 “경기 전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야 컨디션이 올라오니까, 일부러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여서정의 루틴 중 하나는 도약 전 오른손을 들 때 억지로라도 미소를 짓는 것이다. 이번에도 여서정은 찡긋 웃어보인 뒤 힘차게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여서정의 동메달은 아버지의 기술에서 나왔다. 기술 ‘여서정’은 여홍철의 ‘여2’에서 반 바퀴 덜 도는 기술로 스타트 점수 6.2의 고난도 기술이다. 아빠는 롤모델이자 넘어야 할 벽이었다. ‘여홍철의 딸’이라는 시선도 부담이었다.
여서정은 “솔직히 지금까지 아빠로 인해 불안감도 많았고 (못마땅한) 시선도 많았는데, 이제 더 열심히 준비해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홍철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여서정의 다음 목표는 3년 뒤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다. 메달이 주는 선물이 바로 그 자신감과 더 높은 미래를 향한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