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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16강 전에서 폴란드의 나탈리아 파르티카가 경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16강 전에서 폴란드의 나탈리아 파르티카가 경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장애가 아닌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다



2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탁구 단체 16강전. 1복식에 나선 신유빈과 최효주는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면서 기세를 올리다가 두 세트를 다시 내줬다. 폴란드 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32)의 노련미에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파르티카는 선천성 장애로 인해 오른손과 팔뚝이 없다. 오른쪽 팔꿈치에 공을 올려놓고 서브를 한다. 왼손 셰이크핸드 선수의 전형인 그는 날카로운 백핸드 드라이브가 주특기다. 7세에 탁구를 처음 시작한 그는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에서 개인단식 금메달을 따내며 최연소 챔피언이 됐다. 그는 2016년 리우 패럴림픽까지 5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대회부터는 비장애인 올림픽에도 출전하며 도전의 반경을 넓혔다. 이번이 4번째 올림픽 출전인 그는 지난 20년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쉼없이 출전하며 장애와 비장애 스포츠의 벽을 허물었다. 2017년 카타르오픈 여자단식 이후 굵직한 세계대회에서 연달아 8강에 진출하며 자신의 기록을 경신 중이다. 파르티카는 이번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 패럴림픽에도 참가하며 도전을 이어간다.

파르티카가 속한 1복식팀은 마지막 5세트에서 한국에 11-13로 패했다. 세트스코어 3-0으로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16강전이 끝난 후 파르티카는 “패럴림픽에서 나는 최고 선수 중 한 명이고, 모두가 내가 우승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올림픽에서는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 부담이 적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고 뭐든 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도 했다.

파르티카의 활약상을 다룬 기사엔 늘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했다’는 수식어가 달리곤 한다. 하지만 파르티카가 극복해 온 대상은 장애가 아닌 자신의 한계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그는 “장애에 대한 질문을 10년 넘게 받고 있는데 이젠 좀 지겹다. 나는 비장애인 선수들이 하는 모든 것을 다할 줄 안다. 장애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 [도쿄올림픽] 신유빈 맹활약 女탁구, 폴란드 꺾고 단체전 8강행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김소영-공희용과 이소영-신승찬이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김소영-공희용과 이소영-신승찬이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뜨겁고 잔인했던 배드민턴 ‘한한전’



20-17 매치 포인트에서 이소희의 리턴이 네트에 걸리며 승부가 끝났다. 승리한 김소영-공희용(세계랭킹 5위)과 패한 이소희-신승찬(4위)이 각자 파트너를 안은 뒤 네트를 건너가 서로를 힘껏 안았다. 도쿄올림픽 그 어떤 경기보다 뜨겁고, 잔인했던 승부가 끝났다.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이었다.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2일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이 ‘한·한전’으로 열렸다. 네 명 모두 선수촌에서 방 2개짜리 같은 숙소를 쓴다.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잔다. 누군가는 져야 하는 2일 아침에도 밥을 같이 먹었다. 김소영은 “밥 먹으면서 드라마 주인공 송강 얘기를 했다”며 웃었다.

우리끼리 승부니까 보기 편할 것이라는 예상은 첫 서브부터 빗나갔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더 치열한 승부였다. 경기가 끝난 후엔 이겨서 미안했고, 동메달 땄는데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동메달을 딴 김소영은 “원래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끝나고 뭐하고 싶냐는 질문에 신승찬은 “술”이라고 짧게 답한 뒤 “인마(이소희) 데리고 2박3일 달려야겠다”며 웃었다.

📌 여자 배드민턴 복식 동메달전…지고도 미안했고, 이겨서 미안했다

(위) 2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1500m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 케냐의 에디나 제비토크에게 걸려 넘어졌다. 로이터 연합뉴스<br />(아래) 2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5000m 메달 수여식에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 금메달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위) 2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1500m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 케냐의 에디나 제비토크에게 걸려 넘어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래) 2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5000m 메달 수여식에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 금메달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넘어져도 일어나는 스포츠 정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리는 선수들이 스포츠 정신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에티오피아 태생의 시판 하산(28·네덜란드)은 2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육상 여자 5000m에서 14분36초7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산의 우승이 더 값진 평가를 받는건 경기 11시간 전 열린 예선에서의 상황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한바퀴(400m)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넘어졌다. 자신의 앞에 넘어진 에디나 제비토크(케냐)에게 발이 걸렸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여기서 경기를 그만뒀을 것이다. 제비토크 때문에 넘어졌으므로 하산은 대회 측에 이의를 제기한 후 구제를 받고 결선에 나갈 수 있었다. 하산도 이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2초만에 벌떡 일어났다. 그는 “나 자신에게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도, 핑계대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여자 트라이애슬론에서도 선수들의 집념이 빛났다. 24위로 달리고 있던 로테 밀러(노르웨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클레르 미셸(벨기에)과 마주치자 걸음을 잠시 멈추고 미셸에게 다가가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힘을 얻은 미셸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 [도쿄올림픽] '넘어졌으면 일어나' 도쿄에서 반짝인 스포츠 정신

1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환던지기 메달 수여식에서 은메달을 딴 미국의 레이븐 손더스가 ‘X’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1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환던지기 메달 수여식에서 은메달을 딴 미국의 레이븐 손더스가 ‘X’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X자 퍼포먼스에 담아 보낸 연대 메시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50조는 대회 기간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제한한다. 시대착오적 규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특히 시상식 위에서의 행동은 엄격히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향후 국제대회 출전이 제재되거나 최악의 경우 메달까지 박탈될 수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 포환던지기 은메달리스트 레이븐 손더스(25·미국)는 1일 열린 시상식에서 이 규정에 도전했다. 웃음기 없는 무표정으로 두 팔을 교차한 X자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 그는 “압박받는 모든 사람이 만나는 교차로를 상징한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손더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며 동성애자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X자 퍼포먼스가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지만 ‘플랫폼’이 없는 이들을 위한 연대의 의미”라고 했다. 마크 애덤스 IOC 수석대변인은 2일 “세계육상연맹,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POC)와 손더스 사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자국 단체인 USPOC는 손더스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논란이 계속되자 손더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메달을 박탈해 가라고 하라”며 “내가 넘을 수 없을지라도 경계를 뛰어넘으려고 했다”고 썼다.


이용균 기자 noda@khan.kr
최희진 기자 daisy@khan.kr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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