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시상대 위 ‘X자 시위’ 징계해야 하나…고민하는 IOC

김경호 선임기자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

미국 육상 손더스의 세리머니

규정 정면 위반 놔둘 수도 없고

징계 땐 비판 예상 ‘진퇴양난’

시상대 위 ‘X자 시위’ 징계해야 하나…고민하는 IOC[Tokyo 2020]

미국 흑인 여자 육상선수 레이븐 손더스(25·사진)가 시상대 위에서 펼친 ‘X자 시위’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시상대 위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2020 도쿄 올림픽 금지사항이다.

손더스는 지난 1일 열린 여자 투포환에서 19.79m로 중국의 궁리자오(20.58m)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 막바지 미디어를 향한 기념촬영에서 두 팔을 머리 위로 겹쳐 X자를 그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손더스는 이를 “흑인, 성소수자 등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세리머니”라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과거의 보수적 태도를 바꿔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해 선수들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흑인 육상선수 토미 리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가 흑인 탄압을 고발하는 동작으로 메달을 박탈당했던 사건 이후 50여년 만의 혁신적 변화였다.

하지만 손더스의 시상대 위 ‘X자 시위’는 규정 위반이다. IOC는 “선수들은 경기 전이나 공식인터뷰 등에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했으나 “시상식이나, 승리 세리머니에서는 안 되며 상대를 자극하거나 방해해서도 안 된다”고 제한했다.

마크 애덤스 IOC 수석 대변인은 “해당 올림픽 위원회에서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할 문제”라며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에 공을 떠넘겼다. 사실 IOC는 마땅히 손더스를 징계할 근거가 없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위반 시 징계조항 등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3일 “손더스가 몇몇 미국 선수들과 도쿄 올림픽에 오기 전부터 ‘X자 시위’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미국 백인 남자 펜싱선수 레이스 임보든도 지난 1일 단체전 동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오른손 등에 표시된 ‘서클 X(동그라미 안에 X자)’를 내보였다. 앞으로도 누가 더 비슷한 시위를 할지 알 수 없다.

USOC는 이에 대해 IOC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자체 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USOC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손더스가 인종적, 사회적 정의를 지지하기 위해 취한 평화적 행동은 경쟁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았으며, 시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IOC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선수를 그냥 두기도 어렵고, 징계하자니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자국선수 보호의사를 분명히 한 USOC와의 미묘한 신경전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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