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손발 일찍 맞췄더라면…박지수의 “내 탓이오”

인천공항 | 황민국 기자

강호 만나 선전, 호평받은 여 농구
짧았던 팀 훈련 동참 아쉬움 앞서
“2주일만 더 일찍 합류했었으면”

손발 일찍 맞췄더라면…박지수의 “내 탓이오”[Tokyo 2020]

한국 여자농구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위대한 패자’로 불렸다.

성적만 따진다면 3전 전패.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3년 만의 도전이 조별리그 탈락으로 끝났지만 세계적인 강호와 부딪쳐 주눅들지 않는 경기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9위인 한국이 3위 스페인(69-73)과 4위 캐나다(53-74), 8위 세르비아(61-65)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괴롭혔으니 그럴 법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둥 노릇을 했던 박지수(23·KB국민은행·사진)는 예상을 뒤엎은 선전에 대한 만족보다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분명히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했던 대회고, 다들 안 될 것이라 말하던 것을 뒤집었다”면서도 “내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박지수의 ‘내 탓’은 올림픽에 참가하기 전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날이 짧아 실수가 속출한 탓이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뛰고 있는 박지수는 올림픽 참가를 위해 귀국했지만 방역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진천선수촌에 입촌할 수 없었다. 같은 이유로 여자농구대표팀의 촌외 훈련도 막힌 터라 박지수가 동료들과 같이 훈련한 것은 나흘이 전부였다.

박지수는 “언니들이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 무언가 잘 맞춰진 느낌이었다”면서 “전술 노트는 미리 받았지만 패턴은 몸으로 익혀야 하니 한계가 있었다. 2주만 더 훈련했다면 내용도, 결과도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경기인 스페인전을 잡았다면 자신감을 얻고 8강도 노릴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지수를 곁에서 바라보던 전주원 대표팀 감독은 “(박)지수가 절대 못하지 않았다. 본인이 아쉬워하는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라고 웃었다.

박지수의 활약상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지수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리바운드와 블록슛 부문에서 각각 평균 10.7개와 3.3개를 기록해 모두 1위에 올랐다. 박지수는 “기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팀 메이트들에게 ‘지수랑 뛰면 편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해야 한다. 기록보다는 언니들의 마음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까다로운 박지수도 인정한 수확은 있었다. 언제나 자신을 버겁게 만들었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 것이다. 그는 “어릴 땐 피지컬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할 때 어렵기만 했다”면서 “그런데 국가대표로 싸운다는 생각을 하니 지면 안 되겠더라. 내가 더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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