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만화 보고 시작”···천재 소녀 복서의 ‘만화 같은’ 금메달읽음

조홍민 선임기자
일본 여자복싱의 이리에 세나가 지난 3일 열린 도쿄올림픽 페더급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여자복싱의 이리에 세나가 지난 3일 열린 도쿄올림픽 페더급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한 권의 만화책은 소녀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을 좇아 세계챔피언이 되는 주인공을 보고 문득 복싱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제목은 <간바레 겐키>. 중고서점을 뒤져 모두 28권이나 되는 책 전권을 구입해 독파했다.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던 소녀는 자신의 다짐대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꿈을 완성했다.

일본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금메달은 따낸 이리에 세나(21). 그는 지난 3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복싱 페더급 결승전에서 필리핀의 네스티 페테시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이 복싱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리에가 세 번째. 하지만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이리에의 인생 스토리가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이리에의 사연을 전하면서 “복싱 만화를 보고 글러브를 끼기 시작한 이리에가 만화 주인공처럼 세계 정상에 섰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리에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복서의 길을 걸었다. 정식으로 복싱에 입문한 것은 고향인 돗토리현 요나고시에 있는 유일한 복싱체육관 ‘슈가너클 복싱짐’에 등록하면서. 그 전까지 신문지를 둘둘 말아 손에 끼고 글러브를 대신해 거울 앞에 섰던 소녀는 진짜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올랐다. 처음 끼어본 글러브의 감촉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매일 자신의 연습 내용과 해야할 과제를 노트에 적었다. 이름하여 ‘비밀 계획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비밀 계획서에는 이리에의 야심찬 목표가 적혀 있었다. “스무살 때 올림픽 대표로 뽑혀 금메달을 딴다.”

이리에는 자신이 결정한 선택은 무슨 일이든 해내고야 마는 노력파였다. 중학교 때는 육상부에서도 활약하며 800m를 주종목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과 후 활동이 끝나면 곧바로 체육관으로 돌아와 복싱 연습을 했고, 귀가 후에는 학교 공부를 하는 고된 일과를 반복했다.

중학교 때까지 무패 행진을 달릴 만큼 복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자신 또래에서는 상대를 찾기 힘들었다. 고2·3 때는 전일본여자선수권을 2연패했다. 그를 지도한 체육관장은 “이리에는 잽과 스트레이트를 때리는 연습을 몇 시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근성과 체력이 탁월하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이리에는 이번 올림픽 개막전 기쁜 선물을 받기도 했다. <간바레 겐키>의 작가 고야마 유가 ‘간바레 세나(힘내라 세나)’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리에의 캐리커처를 그려 보냈다.

이리에는 금메달 획득 후 기자회견에서 “복싱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지만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곧바로 은퇴하는 게 아니라 (내년) 대학 4년 때 일본선수권대회가 끝나면 하겠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개구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리에의 장래 희망은 ‘개구리 관련 회사’에 취직하는 것.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런 회사를 찾기 힘들었다”며 “대신 게임업체에 취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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