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4강 진출

매 경기가 기적?…기적도 반복되면 실력입니다

도쿄 | 윤은용 기자

4월 소집 이후 국제대회 → 자가격리 → 입촌 → 도쿄행

외출·외박 없이 훈련…양효진은 결혼식만 치르고 합류

김연경 등 마지막 투혼에…후배들 “분위기 너무 좋다”

갈 데까지 가보자!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오른쪽)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8강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갈 데까지 가보자!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오른쪽)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8강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강호를 줄줄이 격파하고 거침없이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행보가 국내에 ‘여자배구 신드롬’을 일으켰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경기였기 때문에 승리가 더욱 짜릿했다. 선수 12명이 올림픽 메달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쉴 새 없이 달려왔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여정은 지난 4월 말 소집 이후 ‘창살 없는 감옥 생활’에서부터 시작됐다. 진천선수촌 입촌 후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했고, 귀국 후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이후 경남 하동군으로 이동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훈련을 소화한 뒤 다시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힘든 생활을 선수들은 서로 희생하며 똘똘 뭉쳐 이겨냈다. 지난 4월18일 결혼식을 올린 양효진은 5일 만에 진천선수촌에 들어왔다. 이후 한동안 보지 못한 남편의 얼굴을 일본 출국 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잠깐 봤다. 남편과 신혼여행으로 가고 싶었던 이탈리아도 결국 VNL 참가로 혼자 다녀왔다. 양효진(현대건설)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런 노력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대회에서는 그만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배구 4강 진출]매 경기가 기적?…기적도 반복되면 실력입니다

김연경(중국 상하이), 김수지(IBK기업은행), 양효진 등은 3년 후 파리 올림픽 때 3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된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이 이번 대회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만큼, 동생들도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 박정아(한국도로공사)는 “이번 대표팀은 정말 오래 같이 있었다. 외출, 외박도 없이 하루 종일이었다”며 “그래도 언니들의 마지막 올림픽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좋다. 다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팀’이 된 이들은 올림픽 조별리그부터 기적을 연출했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5세트 김연경의 천금 같은 단독 블로킹이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고, 일본전에서는 박정아의 5세트 막판 원맨쇼가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터키전에서도 10-10에서 박은진(KGC인삼공사)이 서브 3개로 터키의 리시브를 흔들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기적은 국내에 여자배구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달 31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중계한 축구와 야구가 모두 패하고 한·일전을 치른 여자배구만 이기자 각종 게시판이 ‘여자배구 중계는 왜 안 해주냐’는 항의로 넘쳤다. 그리고 터키를 상대로 4강 기적을 완성한 이날, 인터넷 포털 네이버 중계의 실시간 동시접속자 숫자만 140만명에 달했다. 프로야구의 실시간 동시접속자 최고 기록이 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IA 양현종이 삼진으로 완봉승을 달성하던 순간의 72만명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연경 혼자의 힘이 아닌, 12명의 선수들이 함께 이룩한 4강도 그저 운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쉼 없이 흘린 눈물과 땀이 만든 값진 결과다. 2021년 8월4일, 그들은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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