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형들’ 주저앉은 올림픽 야구…고개숙인 오승환, 양의지

요코하마|김은진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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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의 국제 대회 중심에는 늘 ‘형’들이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내내 부진하다 일본과 4강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린 이승엽도,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결정적인 경기마다 홈런을 때린 박병호도 후배들을 이끌고 금메달의 중심에 섰다.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서는 형들이 주저앉았다.

최고 마무리이자 베테랑인 오승환이 올림픽 무대에서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오승환은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6-5로 앞서던 8회초 등판해 0.1이닝 만에 2점 홈런을 포함해 4안타 1볼넷에 폭투까지 더해 5실점 하며 6-10 역전패의 중심에 섰다.

오승환은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거치고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가진 최고의 마무리다. 올시즌에도 리그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초에는 대표팀이 젊은 투수들 위주로 최종엔트리를 구성하면서 제외됐으나 한현희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이탈하자 오승환이 추가 발탁됐다. 경험 없는 투수들로 가득한 마운드에 안정감을 실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승환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졌다.

최고참 오승환은 이날 경기 전 선수들과 미팅을 갖고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 승리를 위한 다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8회초 등판해 5실점을 하면서 역전패를 허용하고말았다.

야구 대표팀 오승환이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전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 대표팀 오승환이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전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승환은 믹스드존에서 취재진 앞에 멈춰섰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오승환은 “다들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돼서 제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선수들 모두 굉장히 분해하고 있고 저 역시 죄송한 마음이 정말 크다”며 “지금 많은 야구 팬들이 실망하셨을 것이다. 저도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마무리를 잘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돼서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숙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내내 회복하지 못한 타격 부진이 결정적 패인이 됐다. 안타는 쳐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잔루 잔치를 벌였다. 그 중심에 양의지가 있었다.

KBO리그 부동의 최고 포수로 올시즌 타격 2위, 홈런 1위, 타점 1위를 달린 채 대표팀에 합류한 양의지는 이번 대회 7경기에서 22타수 3안타(0.136)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과 준결승에서 4연타석 삼진으로 돌아선 뒤 미국과 제2준결승전에서는 선발 제외됐다. 이날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8번으로 타순을 옮겨 5회말 선두타자로 출루해 좌중간 안타로 출루하며 득점도 기록했으나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할 양의지의 부진이 끝나지 않으면서 한국 야구도 메달과 멀어졌다. 또다른 베이징 금메달 멤버인 포수 강민호는 2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7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김현수가 31타수 12안타 3홈런 7타점으로 베테랑 가운데 유일하게 활약했다. 경기 뒤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나온 김현수는 공식 기자회견에 자리해 “많이 아쉽다. 베이징 때는 막내로 왔다가 이번 올림픽에는 고참이 돼서 왔는데 막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하던 때랑 달리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 주장을 맡아 대회 내내 팀의 부진 속에 마음고생을 한 김현수는 “잘 해서 좋은 결과 가져가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는데 내가 잘 해내지 못해서 정말 많이 아쉽다. 많이 응원해주셨고 우리도 최선을 다했는데 좋은 결과 내지 못해 죄송하다. 감독님과 선수들 내가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미안하다”고 고개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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