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올림픽 네 번 나간 기자도 “이런 대회는 없었다”

정리 | 이용균 기자

방담 - 경향신문 특별취재단 ‘20일 동안의 기록’

지금까지 이런 올림픽은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이 강행됐다. 경쟁은 뜨거웠지만 환호도 박수도 현장에는 없었다. 모두가 갇혀 있었다. IOC는 100년 넘은 모토에 ‘다 함께’를 더했지만 버블 올림픽은 ‘함께’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경향신문·스포츠경향 특별취재단이 도쿄 올림픽을 취재하며 느낀 20일 동안의 기록.

경향신문·스포츠경향 도쿄 올림픽 취재진이 대회를 마감하는 소감을 나누고 있다.

경향신문·스포츠경향 도쿄 올림픽 취재진이 대회를 마감하는 소감을 나누고 있다.

따가운 시선·파행 운영 피로감
전 세계 기자들 연대감도 사라져

조직위 식사 제공도 여의치 않아
편의점 순례하며 끼니 때우기도

정진화·전웅태 포옹에 ‘울컥’
여 배구엔 감동 넘어선 숭고함

이용균 차장(균) = 하계 아시안게임 3차례, 동·하계 올림픽도 이번이 4번째인데 도쿄 올림픽처럼 이상한 대회는 없었어요. 그래도 올림픽에 오면 전 세계 스포츠 라이터들이 연대감 같은 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다들 마스크 뒤 피곤함만 잔뜩.

김은진 차장(진) = 실제로 도쿄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매일 느꼈어야 했어요. 취재진도 입국 14일 동안 정해진 코스만 다니는 격리 셔틀 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숙소 앞 정류장까지의 몇m 거리도 불안했어요. ‘뭐하는 사람들이지?’ 하는 표정으로 호기심에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특히 중장년층 대부분은 대단히 시선이 곱질 않았는데요. 서양인들 사이에 서 있는 아시아인인 내가 만만했는지 노골적으로 뚫어져라 이름과 국적이 적혀 있는 ID카드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몇 명 있었습니다. 좀 짜증이 나더군요. 그래서 나중에는 아이디카드를 가방 안에 넣고 있다가 탈 때만 꺼냈습니다. 도쿄 시민들이 올림픽을 얼마나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지 매일 아침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윤은용 기자(윤) = 저는 대회 초반 축구 대표팀 취재를 위해서 가시마 지역에 머물렀는데, 그곳은 비상사태 선포 구역이 아니라 그런지 움직임에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경계감 같은 것도 훨씬 덜했고요. 그래도 입국 초반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위해서 침 샘플을 제출하는 게 힘들었어요. 이상하게 침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차라리 비강 검사가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균 = 뉴욕 타임스도 보도했지만 전 세계 취재진이 ‘편의점 인간’으로 살았잖아요.

진 = 맞아요. 입국 이후 사흘간 숙소 내 완전 격리, 2주간은 대중교통 및 식당을 전혀 이용할 수 없게 했는데요. 어겼다가 자칫 망신당할까봐 정말 조심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착하게 사느라 시키는 대로 편의점 음식만 잔뜩. 게다가 경기장에도 제대로 된 식당이 없으니까 다들 편의점에서 하루 먹거리를 사서 가방에 싸가지고 다녔죠.

윤 = 경기장에서 미니 컵라면에 샌드위치 사면 1000엔(약 1만400원), 콜라 1병에 280엔(약 3000원).

진 = 정말 보름 동안 삼시 세끼 일본 편의점 도시락 도장찍기를 한 것 같은데요. 그 와중에 먹고 살 만했던 걸 보면 ‘일본 편의점 도시락의 퀄리티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균 = 일본 편의점 도시락은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있었지만 그걸 2주 동안 하고 있으니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사육당하는 느낌? 일본의 과한 매뉴얼 중심주의를 온몸으로 체험한 것 같기도 하고. 조직위가 자원봉사자용 도시락 수천 개를 매일 버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짜 야속하더라고요. 버리지 말고 우리한테 팔지.

윤 = 저한테 이번 대회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꼽으라면 개회식입니다. 흥겨워야 하는데, 관중도 없고. 아니메의 원조라는 점에서 화려한 개회식을 기대했는데 공연도 지루하고 하품만 엄청 나오더라고요. 아, 그날 택시 대란 때문에 전 세계 여러 취재진과 함께 MPC에서 일종의 ‘노숙’을 한 것이 추억이라면 추억이네요.

진 = 국제대회 때마다 젊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한류’ 열풍을 느낄 수 있는데요. 리우 대회 때는 브라질에도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거든요. 여기 도쿄에서는 한류 중에도 ‘K푸드’를 좋아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유난히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MPC에 있던 25세 자원봉사자는 “한국의 매운 음식이 너무 좋다. 떡볶이, 김치찌개, 간장 게장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직접 만든 한상차림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미역국도 직접 끓였다는 그 친구에게 “나보다 낫다”고 엄지를 들어주었네요.

균 = 대회 초반에 저는 완전 ‘멘털 바사삭’. 가는 데마다 우리 선수들이 자꾸 지는 바람에 ‘이용균의 저주’ 아니냐는 얘기까지(ㅜㅜ). 은메달 4개 중 3개를 목격하고, 이대훈도 4위하고 나니까, ‘아, 정말 메달 결정전은 안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 징크스 깨준 게 양궁 여자 개인 안산. 정말 진심으로 고맙더라고요.

윤 = 전 남자 근대5종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4위로 들어온 정진화에게 전웅태가 달려가서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여자배구 현장을 취재한 것도 저한테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감동을 넘어 어떤 숭고함까지 느껴지는 그런 현장은 진짜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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