윅픽

‘2020 도쿄올림픽’이 던진 한국 스포츠의 숙제읽음

박병률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몇 개의 메달을 땄는지 기억하십니까? 아니 금메달은 몇 개 땄는지 기억하시나요? 아마 기억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기억하는 분들보다 더 많을 겁니다.

우리가 알던 그 올림픽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태극전사’가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조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을 위해 메달 사냥을 나서던 그 올림픽 말입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습니다. 이들은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 여자배구팀, 다이빙 우하람, 여자역도 이선미, 남자 25m 속사권총 한대윤 등은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당당한 4위였습니다. 이들도 과거처럼 “메달을 못 따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최선을 다했다” “상대가 더 잘했다” “또 도전하겠다”며 상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윅픽] ‘2020 도쿄올림픽’이 던진 한국 스포츠의 숙제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는 “선수들이 자신의 성취에 대해 즐거워한다는 것이 열심히 안 했다거나 ‘이 정도면 됐다’고 지레 자기만족 하는 건 아니다. ‘원 없이 했다’는 의미”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에도 이런 경우가 드문드문 있었지만 한 선수의 캐릭터나 개성 정도로 여겨졌다면, 이번에는 대부분 자기표현을 했다는 것이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주된 스포츠 소비자가 MZ세대로 바뀐 데다 최근 몇 해간 체육계에서 폭로됐던 폭행 및 가혹행위, 성폭력, 학교폭력 고발에 대한 염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과거에 비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해졌고, 국력이 커지면서 메달 획득에 대한 감흥이 떨어진 것도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메달 순위 따지기가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란 질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엘리트 체육 대신 생활 체육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녹록지 않습니다. 생활 체육으로 전환되는 속도에 비해 엘리트 체육이 붕괴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이 겹치면서 신예를 발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농구, 배구, 핸드볼, 하키 등 팀 스포츠는 아예 팀을 구성하기도 힘듭니다. 수많은 동호회를 기반으로 종목별 협회가 탄탄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한국의 생활 스포츠는 자리 잡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정유라 사태 이후 기업들은 후원을 줄이고 있는 것도 악재입니다.

세계적인 스타를 보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최근 빙상계에는 김연아 키즈가, 수영계에는 박태환 키즈가 그렇게 많다고 합니다. 스타들이 만들어 놓은 육성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동국, 박지성, 기성룡 선수는 차범근 축구상을 받고 성장했습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끌고 미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가 생활 체육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자리가 많다면 한국 체육의 저변은 훨씬 탄탄해지겠지요. 아울러 국민들의 건강도 훨씬 좋아질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스포츠는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파리올림픽까지 3년이 남았습니다. 3년 뒤 한국의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은 어떤 종합 성적표를 받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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