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가 앗아간 꿈, 말이 선물한 새로운 꿈…미국 승마 마장마술 라발레트

이정호 기자

좌절 이기고 한계를 넘어…도쿄 패럴림픽 ‘감동의 스토리’

벨기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지 6년 만에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베아트리체 드 라발레트(오른쪽)와 그의 애마 디디. beaparaathlete.org 캡처

벨기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지 6년 만에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베아트리체 드 라발레트(오른쪽)와 그의 애마 디디. beaparaathlete.org 캡처

2016년 브뤼셀 폭발로 다리 잃어
흰 말 ‘디디’와 달리며 삶의 활력
직접 운영하는 재단 홈페이지엔
“미래는 당신이 결정한다” 메시지

2016년 3월22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브뤼셀 공항에서 두 차례, 시내 지하철역에서 한 차례 폭발물이 터지며 30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벨기에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34명)가 나온 폭탄 테러였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 미국 장애인 승마 마장마술 선수로 출전하는 베아트리체 드 라발레트(23)는 당시 폭탄이 터진 브뤼셀 공항 출국장에 있었다. 유럽에 거주하던 라발레트가 막 이사한 미국 플로리다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폭탄 중 하나가 라발레트와 불과 몇m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폭발했다. 그렇게 꿈 많던 17세 소녀의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 온몸에 파편이 박혔고, 화상도 심했다. 7시간에 걸친 응급수술을 받은 뒤에도 크고 작은 수술이 이어졌다. 겨우 생명은 살릴 수 있었지만 두 다리는 절단해야 했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라발레트가 그로부터 6년 뒤 기적적으로 패럴림픽 무대에 선다. 라발레트는 대회를 앞두고 미국승마협회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표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정말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면서 “사고가 일어난 그날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날 이후 내 삶이 어떤 모습일지 몰랐다”고 했다.

두 다리를 잃은 뒤 끝없는 절망과 우울감의 롤러코스터에 빠진 라발레트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은 11세 때 부모님이 지인으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한 흰 암말 ‘디디’였다. 라발레트는 말을 좋아하는 어머니 엘리자베스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승마를 배웠다. 프랑스 파리에서 살다가 브뤼셀로 이주하면서 생긴 향수병과 사춘기 방황도 ‘디디’를 만나면서 이겨냈다.

재활병원에서 실의에 빠져 있던 라발렛을 다시 일으킨 것도 ‘디디’였다. ‘디디’와 재회한 라발레트는 “내 말이 내 목숨을 구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라발레트는 며칠이 안 돼 ‘디디’에 올라탈 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삶의 활력을 되찾은 라발레트는 테러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아 고교 3학년 첫 수업에 들어갔고, 졸업식에서는 의족으로 몇 걸음을 직접 걸어 졸업장을 받기도 했다. 사고 1년 뒤에는 처음으로 장애인 승마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미국을 대표해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목표까지 이뤘다. 몸의 중심을 잡는 방법부터 다시 배우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패럴림픽 경쟁을 위해 ‘두나’ ‘클라크’라는 새로운 말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까지 이겨냈다.

라발레트는 패럴림픽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라발레트는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 홈페이지(beaparathlete.org)에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신의 미래는 당신이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적어놨다. 라발레트는 “지금 무엇을 하든 내 인생에서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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