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탈출, 감격의 출전…세계를 울렸다

아프간 태권도 대표 쿠다다디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자국을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오른쪽)가 2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여자 49㎏급(스포츠등급 K44) 16강에서 지요다콘 이자코바(우즈베키스탄)에게 발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바 | AP연합뉴스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자국을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오른쪽)가 2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여자 49㎏급(스포츠등급 K44) 16강에서 지요다콘 이자코바(우즈베키스탄)에게 발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바 | AP연합뉴스

탈레반 카불 장악에 출국 막히자
영상 메시지 통해 애타는 ‘SOS’
인권단체 등 도움으로 도쿄 입성
데뷔전은 졌지만 ‘희망의 메시지’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개막전의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자키아 쿠다다디(23)였다. 비록 상대를 이기진 못했지만 쿠다다디는 패럴림픽에 출전한 역대 두 번째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쿠다다디는 2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여자 49㎏ 이하급(K44) 16강에서 지요다콘 이자코바(우즈베키스탄)와 맞붙었다.

1회전 초반 쿠다다디가 긴 다리를 이용한 몸통 공격으로 선제점을 얻으면서 6-5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2회전에서 이자코바가 연속 3회 몸통 발차기에 성공하며 순식간에 12-6 더블 스코어를 만들었다. 마지막 3회전에서 쿠다디디가 뒷심을 발휘하며 추격했지만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결국 쿠다다디가 12-17로 졌다. 그러나 이 경기는 승패를 떠나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당초 쿠다다디는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4)와 함께 지난달 1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떠나 17일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들은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쿠다다디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청한다”며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쿠다다디의 목소리에 전 세계가 움직였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호주 정부, 인권단체 등의 도움으로 쿠다다디와 라소울리는 프랑스 파리로 탈출했고, 지난달 28일 도쿄 패럴림픽 선수촌에 무사히 입성했다.

왼팔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쿠다다디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로훌라 니크파이를 보고 패럴림픽을 향한 꿈을 키웠다. 니크파이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태권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쿠다다디는 패럴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꿈 하나로 공원, 뒤뜰 등 가능한 모든 곳에서 훈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해 왔다.

필사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도쿄에 입성한 쿠다다디는 마리나 카림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의 두 번째 여성 패럴림픽 선수로 기록됐다. 카림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육상 여자 T46 100m에 출전해 의족을 낀 두 다리로 힘차게 달리며 아프가니스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탈레반 정권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은 이제 여성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쿠다다디의 계보를 이을 여성 선수가 한동안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라소울리가 육상 남자 멀리뛰기(T47) 결선에 출전했다. 주 종목은 100m지만 도쿄에 도착하기 전날 100m 경기가 끝나 멀리뛰기에 출전했다. 결선 참가자 13명 중 13위를 차지했지만 라소울리는 불굴의 올림픽 정신을 보여줘 세계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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