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 “여중 체육관서 더부살이…후배들에겐 전용 체육관 생겼으면”

김하진 기자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미래 밝힌 신재환의 새로운 꿈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시상식에서 신재환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시상식에서 신재환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탈의실 옆에서 옷 갈아입어
제천시청의 남자부 창단 희소식
제천시도 체육관 건립 나섰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첫 삽 못 떠

세계선수권 향해 묵묵히 ‘구슬땀’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신재환(23·제천시청)은 한국 체조의 미래를 밝혔다. 이젠 더 커진 꿈과 자신만이 아닌 후배들의 미래까지 바라본다.

신재환은 한국 체조계가 준비한 ‘비밀 병기’였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그 꿈을 이뤄냈다. 그러나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었다.

충청북도 청주 출신의 신재환은 율량초-내수중-충북체고-한국체대를 거쳐 지난 1월 제천시청에 입단했다. 제천시청에는 남자 체조부가 없다. 하지만 신재환은 유일한 제천시청 소속 남자 선수가 되기로 했다. 고향팀에서 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신재환이라는 우수한 인재를 다른 지역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충북체육계의 노력도 있었다.

제천시청의 유일한 남자 체조부 선수인 신재환은 의림여자중학교 체육관에서 훈련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꿈을 키웠다. 사진은 의림여중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는 신재환. 신재환 제공

제천시청의 유일한 남자 체조부 선수인 신재환은 의림여자중학교 체육관에서 훈련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꿈을 키웠다. 사진은 의림여중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는 신재환. 신재환 제공

그러나 환경이 받쳐주지 않았다. 전용 체육관이 없어서 신재환은 제천의 의림여자중학교 체육관에서 홀로 훈련을 했다.

장소는 마련됐지만 전문적인 체조 전용 경기장이 아니어서 완벽한 훈련 시설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적지 않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훈련장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는 순간부터 신재환은 눈치를 봤다. 그는 최근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자 탈의실 옆에 사무실이 있는데 내가 훈련하는 시간대에는 아무도 없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후다닥 갈아입고 훈련을 하곤 했다”고 했다.

또한 훈련 시간을 무한정 쓸 수 없었다. 신재환은 “빌려 쓰는 체육관이다보니 시간을 내 마음대로 못한다는 단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신재환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제천시청에서 올해 말 정식 남자부를 창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광연 제천시청 감독은 “선수 5명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스카우트 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체육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신재환은 이번 올림픽을 마치자마자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용 체육관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본인뿐만 아니라 ‘제2의 신재환’이 될 후배들을 위함이었다.

제천시에서도 체조 전용 체육관을 지을 의향이 있다. 세명대학교 인근에 여유가 있는 부지가 있어서 체육관을 지을 공간을 확보해뒀다. 문제는 예산이다. 체육관을 짓는 데 40억~50억 정도가 필요한데 시에서 전액을 충당하기 어려워 충청북도와 협업해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충북도에도 요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첫 삽을 뜨지도 못하고 있다. 제천시청 남자부가 창단되더라도 체육관 건립 때까지는 신재환처럼 의림여중 체육관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한다. 한국 체조가 금맥을 이어가려면 그만큼 환경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변화된 것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신재환은 체육관 건립에 대한 희망을 품고 묵묵히 훈련하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한다. 10월18일부터 24일까지 일본 기타큐슈에서 국제체조연맹(FIG)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월드컵, 올림픽 등에서 정상을 차지했던 신재환은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을 목표로 한다. 진천선수촌에 합류한 그는 “올림픽 금메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 더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더 큰 벽을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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