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비보이 ‘홍텐’ 김홍열
중학교 때 입문, 세계적 댄서 명성
첫 올림픽 종목, 아쉽게 결선 실패
특정 심판의 판정 논란에 말 아껴
‘홍텐’ 김홍열(40·도봉구청)은 꿈만 같았던 파리에서의 한 달을 돌아보면서 “올림픽이 이렇구나 느꼈다. 즐겁게 다녀왔다”고 웃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전설의 비보이 김홍열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권을 따 파리에 갔지만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김홍열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만난 기자에게 “올림픽을 계기로 브레이킹이 스포츠 부문에서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며 “참가할 때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는데, (갚을) 기회가 다시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열은 중학교 2학년 때 브레이킹에 입문해 외길 인생을 걸어온 댄서다.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레드불 비시원 파이널에서 세 차례 정상(2006년·2013년·2023년)에 올라 네덜란드의 메노 판호르프와 함께 최다 우승자로 남아 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김홍열이 이번 올림픽에서 큰 기대를 모은 배경이다.
그러나 김홍열은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올림픽에서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6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특유의 노련함을 앞세워 고난도 동작들을 선보였으나 제프리 루이스(미국)와 레이라우 데미러(네덜란드)에 이은 C조 3위에 그쳐 조별 2명이 나서는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올림픽 브레이킹 예선은 각 조 안에서 일대일 댄스 배틀을 벌여 9명의 심판에게서 5가지 기준(기술성·다양성·독창성·수행력·음악성)의 채점을 거쳐 더 많은 표를 얻은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특정 심판이 김홍열에게만 야박한 판정을 내려 억울하게 탈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홍열이 C조 조별예선에서 3명과 대결하는 동안 한 번도 김홍열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심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탈락 직후 인터뷰에서 김홍열은 “누가 어떻게 투표했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김홍열은 이 같은 판정 논란 자체가 스포츠와 예술 사이 영역에 놓인 브레이킹 종목의 특성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춤은 원래 스포츠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이 모두 포함됐다. (예술적인 면에서) 결국 주관적인 입장에서 심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브레이킹이 시작됐을 때부터 심사에 대한 논란은 항상 있었고, 이번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홍열은 이제 국가대표의 무게를 내려놓고 잠시 떠나 있었던 자신의 무대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자유인 줄 알았는데 다시 훈련을 해야 한다”며 “한두 달 뒤부터 대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킹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정식 종목에서는 다시 제외됐다. 그러나 2026년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전히 정식 종목으로 등장한다. 김홍열은 스포츠로서 브레이킹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계속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김홍열은 “내가 또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른 훌륭한 선수들이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