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볼 대표팀 정은선 감독
망막 박리 장애…중3 때 첫 인연
28년 전 선수에서 감독으로 도전
실업팀 2개, 열악한 환경 속에도
선수들 오랜 호흡…자신감 넘쳐
선수로 나섰던 패럴림픽 무대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정은선 여자 골볼 대표팀 감독(48)이 28년 만에 메달의 꿈에 도전한다.
여자 골볼은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유일한 단체 구기종목이다. 대표팀은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하며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1988년 서울 대회,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 이어 세 번째 본선 출전이다.
정 감독은 선수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 출전한 데 이어 28년 만에 감독으로서 패럴림픽에 다시 나서게 됐다. 28일 선수촌에서 만난 정 감독은 “선수 때는 나만 잘하고,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맞으면 됐다. 감독은 두루두루 신경 써야 하니까 마음가짐이 다르다.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정 감독은 선천성 망막 박리로 장애를 얻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일반 학교에 다녔는데 갑자기 한쪽 눈이 안 보였다.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빛맹학교로 전학한 그는 중등부 3학년 때 골볼을 접했다.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다. 배구 코트와 동일한 크기(가로 18m, 세로 9m)의 경기장에서 무게 1.25㎏의 공을 손으로 던지거나 굴려 상대 골대(폭 9m, 높이 1.3m)에 넣는다. 수비할 땐 3명의 선수가 공 내부에 들어 있는 방울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한 뒤 몸을 날려 막는다.
정 감독은 골볼 1세대인 대한장애인체육회 추순영 전문지도위원,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기획부 김미정 주임과 함께 패럴림픽에 나섰다. 최종 성적은 6위(2승1무4패).
정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 선수들에게도 이런 마음을 강조한다. 약간 긴장은 했지만 즐겼다. 상대가 공에 맞고 아파하면 ‘맞고 죽어봐’란 생각을 했다”고 추억했다.
정 감독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다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를 앞두고 복귀했다.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낸 뒤엔 다시 은퇴했다. 정 감독은 “당시엔 실업팀이 없었다. 26세 때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고 했다.
골볼 대표팀 선수들은 20~30대다. 정 감독은 “오래 같이해온 선수들이라 호흡이 잘 맞는다”며 “선수촌 내에서 사진도 찍고, 여러 곳도 둘러보면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골볼은 열악하다. 실업팀은 겨우 2개다. 국가대표팀 선수보다 많은 스태프를 보내는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된다. 정 감독은 “28년 만에 출전권을 따낸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잘 버텼다”고 했다. 정 감독은 “후배들이 내가 따지 못한 메달을 따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