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김치 먹고 따낸 무더기 金

‘훔친 김치로 만든 금메달.’

금메달을 따기 위해 남의 물건을 몰래 갖고 나왔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인사이드 스포츠] 훔친 김치 먹고 따낸 무더기 金

사이클대표팀의 박일우 단거리감독(46)은 도하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어둠이 짙으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했다. 그때마다 그의 손엔 늘 식재료가 들려 있었다.

적지에서 선수들의 입맛을 돋우기 위한 ‘보급투쟁’에 앞장선 것이었다. 27일 ‘사이클인의 밤’ 행사장에서 만난 박감독은 “도하에 들어가면서 준비했던 부식은 뺏겼고, 선수들은 얼큰한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직접 나서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감독은 아시안게임 기간 중 2곳만 계속 털었다. 선수촌 식당과 대한체육회 본부였다.

선수촌 식당에 있는 양파·대파·마늘·고기 등이 1차 공략 대상. 박감독은 눈치를 슬슬 보면서 비닐봉지에 음식재료를 담는 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밖으로 갖고 나가느냐였다.

박감독은 식당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에게 한국 선수단의 배지를 주면서 식재료를 바깥으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김치를 얻기 위해 박감독이 손댄 곳은 냉장고가 3개나 있는 대한체육회 본부였다. 새벽마다 텅 빈 사무실에 몰래 잠입해 김치를 하루에 딱 1봉씩만 슬쩍했다.

박감독은 “체육회 직원들이 김치를 서류봉투에 담아 숨겨놓기도 했다”면서 “나중에 들통이 났을 때는 ‘금메달 많이 따서 되갚겠다’며 큰소리쳤다”고 말했다.

선수촌내 음식 조리는 금지사항. 박감독은 결국 방문을 꼭 걸어잠근 채 전기밥솥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밥솥은 딱 1개뿐. 먼저 밥을 해서 20여개 그릇에 쫙 퍼놓은 뒤 얼른 김치찌개를 끓여 내놓았다. 아침마다 박감독의 방에서 따뜻한 밥과 얼큰한 김치찌개로 배를 불린 선수단이 금메달 5개를 따냈으니 보급투쟁도 훈장감이다.

〈김세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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