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약하면 청각, 청각 약하면 시각… 발달한 감각 통해 운동 즐겨

김세훈 기자

장애인 스포츠의 세계

자칫 자기만의 세상에 고립되기 쉬운 장애인들이 넓은 바깥세상과 만나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스포츠다. 장애인들은 스포츠 참여를 통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위축된 채 지내는 혼자만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스포츠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면 입, 귀가 열리고 마음까지 열린다. 마음이 열리면 답답한 숨이 트일 수 있다. 그렇게 열린 마음들끼리 어울리면서 소통하면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도 누리게 된다.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는 거듭날 인생, 밝은 삶으로 향하는 통로와 같다. 비(非)장애인들이 장애인 스포츠의 특징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장애인들을 ‘비정상적인 타자(abnormal others)’로 봐온 왜곡된 관점을 버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2012년 런던패럴림픽 휠체어 육상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규대는 세상 사람들 모두를 ‘예비 장애인’이라고 했다. 장애는 예고 없이 아차 하는 순간에 한 차례 실수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시각장애 스키 선수는 무전 통해 방향 전환

시각장애인들은 귀가 무척 발달해 있고 청각장애인은 눈이 날카롭다. 비장애인들이 2~3개 감각기관으로 느끼고 있는 것을 장애인들은 그보다 적은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발달한 감각기관을 통해서 스포츠를 즐긴다. 시각장애 축구 선수들은 골대 뒤쪽에 있는 지도자들의 소리를 듣고 공을 찬다. “왼쪽” “오른쪽” “전진” 등 간단한 지시가 이어진다. 공 안에도 쇠구슬이 들어 있어 구를 때마다 소리가 난다. 플레이가 느릴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스피드가 꽤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골볼(Goal Ball)은 3명으로 구성된 한팀이 공을 굴리면 상대 3명이 몸을 던져 막아내는 종목이다. 공 안에 방울이 부착돼 있어 방울소리를 듣고 몸을 날려야 한다. 시각장애인 축구, 골볼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귀를 어지럽히는 관중의 함성은 금물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안면보호대로 얼굴을 가린 채 축구를 하고 있다. 보호대는 ㅅ공에 들어 있는 구슬소리, 골대 뒤에서 말하는 지도자들의 지시만 듣고 움직이면서 충돌이 일어났을 때 부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양쪽 골 포스트에도 두툼한 쿠션이 붙어 있다. 경기장 바로 바깥쪽에는 높이 1.5m 안팎의 완충용 펜스가 설치돼 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시각장애인들이 안면보호대로 얼굴을 가린 채 축구를 하고 있다. 보호대는 ㅅ공에 들어 있는 구슬소리, 골대 뒤에서 말하는 지도자들의 지시만 듣고 움직이면서 충돌이 일어났을 때 부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양쪽 골 포스트에도 두툼한 쿠션이 붙어 있다. 경기장 바로 바깥쪽에는 높이 1.5m 안팎의 완충용 펜스가 설치돼 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청각장애인 수영 또는 육상 선수들은 총성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삼색등 또는 깃발을 보고 스타트를 끊는다. 시각장애 스키 선수는 바로 앞에서 먼저 내려가고 있는 비장애인 가이드가 보내주는 무전 메시지를 통해 방향전환 등을 지시받고 슬로프를 내려온다. 절단장애, 마비장애인은 움직일 수 있는 신체부위를 이용해 운동한다.

청각장애인들은 장애인 스포츠계에서도 약간 사각지대에 있다. 패럴림픽은 절단 등 신체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대회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장애인올림픽이다. 그리고 올 초 평창에서 열렸던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나서는 대회다. 그런데 2개 대회에 초대받지 못하는 이들이 청각장애인이다. 귀만 듣지 못할 뿐 다른 신체부위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운동 능력에서는 비장애인과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패럴림픽과 스페셜올림픽은 독립된 장애인 스포츠 단체가 주최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농아인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원을 받아 개최된다. 한국은 지난달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농아인올림픽에서 금 19개, 은 11개, 동 12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농아인올림픽 대표들의 실력은 일반 선수와 거의 비슷하다.

■ 휠체어 육상, 바퀴 3개 자전거 타야

장애인 스포츠 종목의 규칙은 비장애인 종목 것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경기장 크기가 작거나 장애 등급과 정도에 따라서 체급 또는 종목이 세분화될 뿐이다. 장애인 테니스는 일반 테니스와 똑같은 크기의 코트에서 열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테니스 룰은 수비할 때 원 바운드만 허용되지만 장애인 테니스는 투 바운드까지 허용된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바운드가 코트 안에 떨어지면 두 번째가 코트 밖으로 나가도 인(in)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장애인 테니스 코트는 일반 코트보다 뒤쪽 공간이 더 넓어야 한다.

시각장애인 축구장은 40m×20m 크기다. 100m×60m에 이르는 일반 축구장에 비하면 8분의 1 크기다. 선수도 골키퍼 1명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다. 골대는 폭 3m·높이 2m로 일반 골대(폭 7.32m·높이 2.44m)에 비해 훨씬 작다. 골키퍼는 무조건 비장애인이 맡는다. 골키퍼는 슈팅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시각장애 필드 플레이어 4명에게 소리를 쳐 지시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휠체어 육상은 반드시 바퀴가 3개인 자전거를 써야 한다. 작은 바퀴 1개는 무조건 앞바퀴로 쓰고 그보다 지름 20㎝ 정도가 큰 바퀴 2개는 뒷바퀴로 사용된다. 그래야 빠른 속도에도 중심을 유지할 수 있고 갑자기 서거나 부딪쳐도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장애인 역도에는 상체만으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벤치프레스도 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의 도움이 있어야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거의 모든 장애인 스포츠 종목에서 가이드가 필요하다. 시각장애 육상에서는 선수와 함께 뛰는 동반주자(가이드 러너)가 있다. 동반주자는 선수와 끈을 서로 맞잡고 뛰면서 트랙이나 경로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선수에 비해 마라톤 풀코스(42.195㎞) 기록이 30분 이상 빨라야 한다.

시각장애 수영에는 ‘태퍼(tapper)’라는 도우미가 있다. 이들은 시각장애 선수가 턴을 하기 위해 들어올 때 긴 막대기로 선수의 머리를 가볍게 쳐 턴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2인용 사이클인 탠덤 사이클에서 앞에 타는 선수는 비장애인이다. 이 사람은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의 눈이 돼 자전거를 안전하게 운전하고 뒤쪽 장애 선수는 페달을 밟는 데 주력한다.

시각 약하면 청각, 청각 약하면 시각… 발달한 감각 통해 운동 즐겨

■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는 1577-7976

스포츠를 하고 싶은데 방법과 장소를 모르는 장애인들이 꼭 기억해야 할 전화번호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2008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국적으로 똑같이 이 번호로 전화하면 장애인이 거주하는 시·도 장애인체육회로 자동 연결된다. 담당자에게 장애 정도, 등급, 희망종목, 거주지 등을 알려주면 가까운 운동시설과 동호인 클럽,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 등을 소개받을 수 있다.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의 정병엽 팀장은 “이 번호를 통해 스포츠를 하고 싶다고 문의해오는 장애인들이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장애인 단체와 지인 등을 통해 이 번호가 더 알려져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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