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벽 못 넘었지만…한 뼘 더 큰 ‘삐약이’

인제 | 황민국 기자

첫 실업무대 도전에 나선 신유빈

국내 최고 전지희에 1 대 3 석패

“너무 쉽게 쳤다”…아쉬움 토로

신유빈이 9일 강원 인제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2021 춘계회장기 실업대회 나흘째 기업부 여자 개인단식 8강전에서 전지희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신유빈이 9일 강원 인제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2021 춘계회장기 실업대회 나흘째 기업부 여자 개인단식 8강전에서 전지희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통통 튀는 발걸음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띠동갑 언니의 벽을 넘지 못한 아쉬움 반, 그 차이를 한 뼘이라도 좁혔다는 반가움이 반이었다. 신유빈(17·대한항공)은 “언니가 더 잘했다”면서 “1등이 아니라 도전하는 마음으로 부딪쳐야 했는데, 부담은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신유빈은 9일 강원도 인제군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2021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 기업부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에게 1-3(3-11 6-11 11-2 13-15)으로 석패했다.

이날 경기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자 ‘신구 에이스’의 맞대결이었다. 신유빈은 2020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탁구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로 떠올랐다.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7전 전승으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지켰다.

신유빈은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만 따진다면 82위로 명함을 내밀기 어렵지만, 14위로 국내 최고인 전지희를 조금씩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신유빈은 학생이 아닌 직업선수로 처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전지희를 상대로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을 펼쳤다. 분명히 경험에선 전지희보다 부족했다. 신유빈은 경기 초반 공의 회전과 코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지희의 변칙 플레이에 휘말려 두 세트를 내리 내줬다. 신유빈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 좀체 풀리지 않는 경기 내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러나 신유빈은 전지희의 구질을 파악한 뒤 매섭게 반격에 나섰다. 과감한 공격이 답이었다. 신유빈은 4-1로 앞선 상황에서 내리 6점을 쏟아내면서 11-2로 3세트를 가져왔다. 기세가 오른 신유빈은 4세트에서 듀스만 4번을 기록하며 역전극까지 꿈꿨다. 4-7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10-10 동점을 만들었다. 13-12로 앞설 땐 거꾸로 전지희가 불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신유빈이 막판 리시브 난조로 내리 3점을 내주며 승패가 엇갈렸다. 대회 진행을 맡은 신유빈의 아버지 신수현씨는 “여자단식 4강에는 전지희 선수가 올라갔다”고 담담하게 알렸다.

패배를 복기한 신유빈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내가 너무 쉽게 공을 처리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전지희는 “올림픽도 아닌데 긴장했다”며 신유빈의 성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3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덴더 개인 단식 8강에서도 신유빈에게 3-1로 승리했던 전지희는 “올림픽을 치르며 성장이 가팔라졌다. 확실히 (신)유빈이는 한국의 미래다. 내가 밀려나지 않으려면 최대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번 대회에선 적으로 만났지만 국제 무대에선 다시 한솥밥을 먹는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이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복식조로 호흡을 맞춘다. 11월에는 세계선수권대회도 있다.

전지희는 “국가대표 선수로 아직 결승에 오른 적이 없다. (신)유빈이와 함께 한 번은 결승에 올라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유빈도 “언니는 워낙 잘해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끝나고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일단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