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로 파리 올림픽 출전하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육상선수 니키 힐츠
“나 혼자 이뤄낸 성과 아니야
동료들로부터 달릴 힘 얻어”
자신의 성별을 여성 혹은 남성 중 한쪽으로 규정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프로육상선수 니키 힐츠(30)가 미국 국가대표로 파리 올림픽 트랙에 선다. 힐츠는 엄격한 젠더 이분법이 적용되고 있는 스포츠 공간에서 자신의 달리기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중거리 달리기 선수인 힐츠는 2023년 룰루레몬 애슬레티카 여성 1마일(약 1.609㎞) 부문에서 4분16초35로 미국 신기록을 세웠다. 2024 글래스고 세계 실내 선수권 대회 여성 1500m 부문에서는 4분2초32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힐츠는 2021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3월31일), 자신이 태어날 때 ‘여성’ 성별을 지정받았지만 스스로를 논바이너리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너스 월드’ 인터뷰에서 “스포츠는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며 “나는 빨리 달렸고 아이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빠른 아이를 동경했다”고 말했다.
힐츠는 스포츠가 젠더 이분법에 기반해 선수들을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스포츠계에서 자신과 같은 논바이너리 선수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는 실제 사회에서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첫 번째 장소”라고 말했다.
힐츠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1500m 결승에서 3분55초33, 1위로 골인하며 올림픽행을 확정 지었다. 힐츠의 기록은 2021년 엘 퍼리어 세인트 피에르가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세운 기록인 3분58초03을 뛰어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4년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수술 의무 규정은 2016년 폐지됐지만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확정을 한 트랜스젠더 선수는 경기 참가 전 1년간 일정 수준 이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유지해야 했다. IOC는 2021년 각 스포츠 연맹이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선수의 경기 참여 규칙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세계육상연맹은 지난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확정한 트랜스젠더가 여성 부문 종목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힐츠는 여성에서 논바이너리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이며 호르몬 요법이나 수술을 받지 않았기에 이러한 규정에 걸리지 않는다.
힐츠는 파리 올림픽 진출이 확정된 뒤 NBC 인터뷰에서 “이건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다. 오늘은 ‘프라이드 먼스’의 마지막 날이기에 LGBTQ 공동체를 위해 뛰고 싶었다”며 “LGBTQ 동료로부터 마지막 100m를 달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