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로’ 중간 조사
문체부, 용품 규제·학력별 연봉 차별 등 구습 제도 개선
협회장 보조금 유용 의혹엔 ‘횡령·배임 혐의’ 고발 시사
안세영(22·삼성생명)의 ‘파리 폭로’로 제기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구시대적인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체부는 보조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강도 높은 징계 가능성도 시사했다.
문체부는 10일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통해 후원 계약 방식 및 국가대표 선발·대회 출전 방식 개선, 국가대표 선발 공정성 제고, 보조금 사업에 대한 징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이날 “신발, 라켓 등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배드민턴협회는 국가대표 선수의 의류, 신발, 라켓 등을 모두 요넥스 제품으로 사용한다는 전제로 후원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후원 규모는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연간 45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발 및 국제대회 출전 제한, 학력에 따른 실업팀 연봉 상한선 규정에 손을 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국장은 “정성적인 평가 비중이 높은 복식 대표 선발 등에 대해 공정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정 연령(남자 만 28세, 여자 만 27세)에 이르러야만 국가대표가 아닌 일반 선수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게 허용하는 조항은 선수들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해 폐지를 권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실업배드민턴연맹은 고졸 선수(계약기간 7년, 연봉 상한액 5000만원), 대졸 선수(계약기간 5년, 연봉 상한액 6000만원) 등 학력에 따라 서로 다른 계약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 국장은 “학력에 따른 연봉 차별은 철폐돼야 하며, 계약기간 역시 단축될 필요가 있다”며 “연맹, 구단이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보조금으로 용품을 구입한 뒤 ‘페이백’ 형태로 해당 업체로부터 추가로 지원받는 용품을 임의로 유용했다는 이유로 배드민턴협회장을 횡령, 배임 등으로 고발할 수 있음도 분명히 했다. 문체부는 또 “후원사들을 영입한 임원에게 후원 금액의 10%를 성공보수로 지급한 것은 잘못됐다”며 “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해 수수료를 지급한 것도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보조금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교부 결정 취소, 보조금 반환 명령, 제재부가금 부과 등 처분 초지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100억원이 넘는 벌금이 협회에 부과될 수도 있다.
이 국장은 “국제대회 일정을 고려해 안세영을 포함해 1진 선수 중심으로 22명의 의견을 들었고 앞으로 20여명을 추가로 만난다”며 “이달 말 국가대표 관리 체계화를 포함해 종합적인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8월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의 부상자 관리 및 운영 방향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대표팀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등에도 불참해 큰 파문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