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비행기 탑승권 발급받던 날···“함께 날으니 꿈만 같아요”

권도현 기자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강석영씨(30)와 그의 반려견 룽지가 반려견 전용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다. 룽지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뒤 석영씨 무릎에 기대 단잠에 빠졌다. / 권도현 기자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강석영씨(30)와 그의 반려견 룽지가 반려견 전용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다. 룽지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뒤 석영씨 무릎에 기대 단잠에 빠졌다. / 권도현 기자

“유기견이었던 룽지가 처음 만난 세상이 어두웠을지라도 남은 시간들을 밝고 다양한 색깔로 채워주고 싶어요.”

2019년 반려견 룽지를 입양한 강석영씨(30)와 김수영씨(34) 커플에게 룽지는 마음 속 깊숙히 자리 잡은 소중한 존재다. 반려인들이 세상의 전부인 룽지를 먹여살릴 생각을 하면 매일 아침 출근길조차 즐겁게 느껴진다. 룽지를 입양한 후 여행을 좋아하는 강씨 커플의 여행지 선택 기준은 ‘룽지’가 되었다. “예전엔 맛집이나 관광명소 위주로 여행지를 선택했는데, 이제는 룽지와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길이나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요.” 여행 계획을 짤 때 이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항은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다.

김경순씨와 그의 반려견 하루가 반려견 전세기 좌석에 앉아 있다. / 권도현 기자

김경순씨와 그의 반려견 하루가 반려견 전세기 좌석에 앉아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하지만 카페나 식당, 숙소까지 아직도 반려 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장소는 제한적이다. 제주도에 가려해도 가족이나 다름 없는 반려동물을 ‘수하물’ 취급하는 설움을 견뎌야 한다.

불과 1년 전, 강씨 커플도 이런 일을 겪었다. 10.2kg인 룽지와의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지만 항공사로부터 룽지는 수하물로도 탑승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치와와나 퍼그 등 단두종의 경우 수하물칸에서 질식사나 호흡곤란 등 안전상의 이유로 위탁 운송이 제한된다. 룽지는 12% 가량 치와와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룽지가 코가 높아요. 항공사에 사진을 보낼테니 한 번 확인해달라고 했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절대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머리로는 백 번 이해하지만 유전자 정보를 요구하고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듯해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사람도 인종이나 유전자 정보를 갖고 차별하지는 않으니까요.” 결국 룽지는 자동차와 배를 타고 10시간을 이동한 끝에 반려인과 함께 제주도를 밟을 수 있었다.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반려견들이 비행기 탑승 전 케이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반려견들이 비행기 탑승 전 케이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인들과 반려견이 반려견 전용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인들과 반려견이 반려견 전용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올해는 달랐다. 룽지는 자동차 뒷자석도 비행기 수하물칸도 아닌 반려인 옆좌석에 앉아 하늘을 날았다. 당당히 탑승권도 발급받았다. 반려동물 교육기관 ‘털로덮인친구들’이 지난 14일부터 2박 3일간 제주도에서 진행한 ‘반려견 동반 제주도 캠프’에 참가한 룽지네는 다른 19팀 17마리의 반려견·반려인들과 함께 국내 최초로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반려견 동반 탑승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룽지가 반려인 김수영씨의 품에 안겨 반려견 전용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룽지가 반려인 김수영씨의 품에 안겨 반려견 전용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이른 아침 케이지에 담긴 18마리의 반려견들이 김포공항에 나타나자 이용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회화 교육이 되어 있는 반려견들은 케이지 안에서 차분히 자신들의 탑승 차례를 기다렸다. 비행기 엔진 소리나 처음 겪는 환경에 반려견들이 흥분하지 않을까 우려는 있었지만, 기내 소음은 사람 승객으로 가득 찼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평화로웠다. 옆자리에 배정받은 룽지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뒤 석영씨 무릎에 기대 단잠에 빠졌다. “룽지와 함께 비행기 좌석에 나란히 앉아 제주도를 향하는 것이 꿈만 같다”는 석영씨는 곤히 잠든 룽지의 모습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았다.

반려견 전용 전세기에 탑승한 김민정씨와 반려견 필구가 좌석에 앉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견 전용 전세기에 탑승한 김민정씨와 반려견 필구가 좌석에 앉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국토교통부의 반려동물 기내반입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2만 8182건, 2016년 3만 3437건, 2017년 4만 1343건으로 매년 비행기를 이용하는 반려동물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견과의 비행은 쉽지 않다. 항공사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5~9kg 소형 동물에 한해 기내 탑승을 허용하고 , 이마저도 케이지 안에 들어가 비행시간 내내 좌석 아래에 머물러야 한다. 허용 무게를 초과하는 반려동물은 ‘위탁 수하물’로 분류되어 화물칸에 실린다. 비행 시간 내내 갇혀있어야 하는 반려견들은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질식사의 위험도 제기된다.

“2016년도에 수하물로 실린 반려견이 케이지를 탈출해 계류장에서 사살된 사건이 있었고요. 지인의 반려견은 비행기 수하물 칸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꼬리를 다 물어 뜯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반려견과 같이 수하물칸에라도 타고 싶은 마음이에요.” 강씨와 같은 반려인들에게 반려견과의 동반 비행은 간절한 소망이자 두려움이다.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이종훈씨가 반려견 후추를 앉고 함덕 해수욕장 인근 둘레길을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이종훈씨가 반려견 후추를 앉고 함덕 해수욕장 인근 둘레길을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김성민씨가 반려견 꼬꼬와 함께 텐트 앞에 앉아 있다. / 권도현 기자

김성민씨가 반려견 꼬꼬와 함께 텐트 앞에 앉아 있다. / 권도현 기자

제주도에 도착한 다음날인 15일 반려인들과 반려견들이 제주 구좌읍 하도리 인근 해안가를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제주도에 도착한 다음날인 15일 반려인들과 반려견들이 제주 구좌읍 하도리 인근 해안가를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이번 반려견 동반 제주 여행은 김지연 털로덮인친구들 대표(41)의 3년 노력이 결실을 맺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식처럼 생각하는 개를 수하물에 싣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김 대표는 훈련사들과 함께 반려견 기내 탑승 안전 메뉴얼과 반려견 동반 제주 여행 제안서를 만들었다. 3년 동안 꾸준히 여러 항공사들에 보낸 끝에 하이에어 측에서 김 대표의 제안에 응했다. 하이에어는 반려견들의 보다 더 편안한 여행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기내 반려견 좌석 사용을 승인 받았다. 이번 비행을 위해 김 대표와 하이에어 측은 지난 2월과 3월 반려견과 함께 탑승해 울릉도 상공을 비행하는 예행 연습도 거쳤다. 하이에어 측은 “반려견 동반 여행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수요가 있다면 매주라도 전세기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현경씨와 두팔이가 제주 구좌읍 별방진 위를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노현경씨와 두팔이가 제주 구좌읍 별방진 위를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민서윤씨의 반려견 루시가 요트 앞에서 제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내내 반려인 옆에만 붙어있던 루시는 어느새 요트 앞 자리를 잡고 앉아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제주 바다를 즐겼다.  / 권도현 기자

민서윤씨의 반려견 루시가 요트 앞에서 제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내내 반려인 옆에만 붙어있던 루시는 어느새 요트 앞 자리를 잡고 앉아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제주 바다를 즐겼다. / 권도현 기자

김성민씨의 반려견 꼬꼬가 요트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김성민씨의 반려견 꼬꼬가 요트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몸과 마음이 편하게 제주도에 온 보호자들과 반려견들은 마음껏 제주의 햇살과 바다를 즐겼다. 2박3일 동안 올레길 산책, 요트와 카약 체험, 캠프파이어 등 그동안 반려견과 해보고 싶었던 꿈의 액티비티를 맘껏 누렸다. 룽지 앞자리 탑승객이었던 노현경씨(26)와 반려견 두팔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씨는 “두팔이가 바다를 한 번도 못 봤는데, 제주 바다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루시가 요트를 처음 타보는 거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적응을 잘 해서 마음이 놓이네요.” 내내 반려인 옆에만 붙어있던 민서윤씨(40)의 반려견 루시는 어느새 요트 앞 자리를 잡고 앉아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제주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민씨는 흐뭇한 표정으로 루시의 편안한 모습을 촬영했다.

반려견들과 함께 한 캠프파이어에서 루시가 모닥불 옆에 앉아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견들과 함께 한 캠프파이어에서 루시가 모닥불 옆에 앉아 있다. / 권도현 기자

강석영씨와 반려견 룽지가 제주 구좌읍 하도리 인근 해안가를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강석영씨와 반려견 룽지가 제주 구좌읍 하도리 인근 해안가를 산책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여행 마지막날 강석영씨에게는 구체적인 희망 하나가 생겼다. “아직도 반려견을 데리고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반려견과 함께 하는 비행이 많아져서 언젠가 룽지와 함께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보는게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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