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전 아닌 오바마 그 이상” 미 민주당 진보파 ‘꿈틀’

이윤정 기자

샌더스 “노동부 장관 제의 땐 일할 것” 이례적 표명

내각에 ‘월가의 저승사자’ 워런 등 개혁 인사 거론

인수위에 개혁 정책 추진 압박…수용 여부 미지수

미국 민주당 진보진영에서 내각 기용을 요구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 사진)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진보진영에서 내각 기용을 요구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왼쪽 사진)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로이터연합뉴스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을 바이든 내각으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원조 진보’ 샌더스 상원의원은 11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하면 노동부 장관직을 수락하겠다”면서 “미국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싶다”고 직접 밝혔다. 노동부 장관설이 나돌았지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당사자인 샌더스 상원의원이 직접 희망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민주당 내 진보파 당원들과 ‘선라이즈’ 등 진보시민단체들은 이날 합동으로 작성한 ‘내각 위시 리스트’를 바이든 당선자 측에게 전달했다. 샌더스 상원의원,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워런 상원의원 등 의료·사법·교육·금융 분야의 개혁적 인사들이 두루 포함됐다. 두 장면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이 나왔다. 바이든 당선자 측의 정권인수 절차에 속도가 붙자 진보진영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압력행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미국이 돌아왔다”며, 반이민과 인종혐오 등을 서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종말을 예고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을 ‘트럼프 이전’으로 돌려놓는 수준에 머물 것을 경계한다. 특히 진보진영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넘어서는 사회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운용 단일 건강보험제도 ‘메디케어포올’, 대학등록금 면제·학자금 융자 탕감, 점진적 부유세, 그린 뉴딜 등 민주당 경선에서 나왔던 진보적 공약들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얼마나 반영될지 주시하고 있다.

일단 바이든 당선자 측은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바이든 정권인수위원회 기관검토팀(ART) 면면을 보면 재정·무역·금융 분야 진보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재무 분야에는 저소득층 금융 이용 확대를 주장해온 흑인 변호사 출신 메사 바라다란 교수, 무역 분야에는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산별노조총연맹 출신의 줄리 그린, 금융 부문에는 2009년 금융위기 때 상품거래위원원회 위원장으로 개혁 정책을 입안했던 게리 겐슬러 등이 포함됐다. ART는 구성원의 절반가량을 여성, 유색인, 성소수자로 꾸려 진보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개혁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요구를 담기 위해선 개혁적 인사 기용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민주당 하원에서 진보파로 분류되는 사라 그로 의원은 “트럼프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었을 뿐, 갑자기 튀어나온 변칙이 아니었다”면서 “워런과 샌더스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어떻게 미국사회 고착된 문제들을 극복해야 할지 보여주는 청사진”이라고 CNN에 말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쏟아진 진보적 공약들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일단 온건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주류가 얼마나 진보진영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민주당 주류는 샌더스, 워런 의원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는 유지했지만 10석이나 잃게 된 것도 경찰개혁 등 지나치게 진보적인 주장을 펼친 탓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두번이나 좌절한 것도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해서였다.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오히려 의석을 잃은 것도 바이든 행정부가 개혁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개혁 정책으로 미국 사회 곳곳에서 곪아터진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백인 노동자의 불안을 파고들었던 ‘포퓰리즘’의 에필로그는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피즘을 끝내려면 미국이 망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난 8일 지적했다. “수십년간 진행된 사회양극화는 트럼피즘을 몰고 왔다. 트럼피즘을 끝내고 미국이 부활하기까지도 똑같이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모든 부활이 죽음에서 시작하듯, 미국이 망가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트럼피즘 종말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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