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백악관 웨스트윙 대신 급부상한 바이든의 ‘퀸시어터’

김윤나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3대선 이후 주말마다 골프장을 찾고 있다. 스털링|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3대선 이후 주말마다 골프장을 찾고 있다. 스털링|로이터연합뉴스

요즘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은 불이 꺼져 있기 일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치른 대선에서 패배한 후 거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대선 17일 만에 모처럼 잡은 첫 공개 일정인 주요 20개국(G20) 화상회의 도중에도 골프를 치러 나가 눈총을 샀다. 백악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도 ‘대선 불복’ 방안이 주요 주제인지라, 국정은 사실상 내팽개쳐졌다.

불 꺼진 백악관 대신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영화관 ‘퀸시어터’가 최근 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대형 검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과 경찰 호위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를 실어나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윌밍턴 자택에서 가까운 퀸시어터를 빌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본거지로 삼았다.

퀸시어터는 1789년 ‘인디안 퀸호텔’로 시작한 유서 깊은 건물이다. 1829년 미국 8대 대통령인 마틴 밴 뷰런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7년 전에 이 호텔에 머물러 지역 명소가 됐다. 1916년부터는 영화관으로 탈바꿈했으나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1959년 폐관했다. 역사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퀸시어터는 2011년 리모델링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개장했다. 지역 어린이들에게 무료 공연을 선보이면서 사랑받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아 다시 사람들 발길이 끊겼다.

그러다 미 대선 기간 바이든 당선자가 대선 캠프로 활용하면서 각종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인사가 발표되고, 연설이 이뤄지고, 화상회의가 열린다. 특히 기자회견장으로 꾸민 1층 홀이 언론에 빈번히 노출된다. 바이든 캠프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색으로 뒷배경을 꾸미고 ‘대통령 당선자 사무실’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을 거부하면서 백악관 접근권이 거부된 터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시어터에서 외교전문가들과 국가안보 브리핑을 화상으로 열고 있다. 윌밍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시어터에서 외교전문가들과 국가안보 브리핑을 화상으로 열고 있다. 윌밍턴|AP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자는 당선 확정 지 이틀 만인 지난 9일 퀸시어터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부터 꾸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중보건자문위원장 출신인 40대의 비벡 머시 전 보건총감을 수장으로 발표하고, 코로나19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지난 17일엔 이곳에서 외교전문가들과 국가안보 브리핑을 화상으로 열었다. 18일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코로나19 화상 대책회의, 19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와 함께 민주당·공화당 주지사들과 초당적인 코로나19 화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20일에는 해리스 당선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경기부양책’ 등을 의논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역대 대통령들이 차기 당선자에게 제공해오던 외교·안보 정보접근권을 차단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대책에 대한 정보도 주지 않고 않고 있다. 하지만 정권 이양이 늦어질수록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공중보건 전문가 약 200명은 19일 트럼프 행정부에 공개 서한을 통해 “정권 이양이 늦어질수록 차기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손상돼 미국인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워싱턴 백악관의 웨스트윙 건물에 18일(현지시간) 불이 꺼져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워싱턴 백악관의 웨스트윙 건물에 18일(현지시간) 불이 꺼져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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