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과 ‘기술전쟁’ 무기는…동맹 중심 공급망 새판 짜기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4대 핵심산업 공급망 전략

미, 중국과 ‘기술전쟁’ 무기는…동맹 중심 공급망 새판 짜기

반도체 등 자국 내 생산 확대…불공정 무역 대응팀도 신설
“홀로 취약성 해결 안 돼” 한·일·대만 등 동맹과 공조 구상
상원에선 첨단산업 지원 담은 ‘중국 견제법’ 압도적 가결

미국 정부와 의회가 8일(현지시간)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전략물자 공급망을 강화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 전략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우위를 되찾기 위한 장·단기 청사진과 실행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했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내 생산 역량 강화와 동맹 및 우방국과의 공조를 통한 중국과의 ‘기술전쟁’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등 희귀 광물, 제약 등 4대 핵심 산업에 대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4대 중요 물자 공급망을 100일간 점검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상무부 등 관련 부서의 검토 결과를 종합한 250쪽짜리 보고서의 핵심은 미국 내 생산 및 투자 확대, 이를 위한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 강화로 요약된다. 2조2500억달러(약 2509조원)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에 포함된 각종 재정 지원과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과 생산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공급망 왜곡을 일으키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도 신설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회에 500억달러의 예산 배정을 요구키로 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분야에 17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동맹 및 파트너와의 관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부문에선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개발을 위한 10년 단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중국이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공급망을 쥐고 있는 희토류 역시 관계기관 실무그룹 가동을 통한 미국 내 생산·가공 확대 방안 모색, 국제 투자 프로젝트 확대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제약은 50~100종의 필수의약품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민관 컨소시엄 구성이 추진된다.

보고서는 중국을 450번 넘게 거론하며 중국이 이번 구상의 핵심 타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심 산업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새로 짜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미국 홀로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보고서엔 한국 74회, 대만 84회, 일본 85회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첨단물자 강국들이 자주 언급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고 동맹 및 우방국 정부, 민간 부문이 참가하는 ‘공급망 회복 글로벌 포럼’ 개최 구상도 공개됐다.

백악관의 이 같은 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많은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겠지만, 자칫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압박받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 상원은 이날 첨단산업을 육성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혁신 및 경쟁법’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R&D)에 2500억달러(약 279조원)를 집중 지원하는 내용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그간 상원에 제출된 각종 중국 견제 법안을 총망라해 대표 발의했다. 심사 과정에서 공화당이 지원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해 처리가 지연될 정도로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의지가 담겼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 법은 미국이 21세기의 기회를 붙잡을 능력이 있다는 신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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