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집에서 총격 피살…아이티의 비극과 혼란 어디까지읽음

박은하 기자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53)이 7일(현지시간) 자택에서 무장괴한들에게 살해됐다. 국제사회는 가뜩이나 심각한 아이티의 정치적 혼란이 격화될 것을 우려하며 충격과 애도의 뜻을 표했다.

AP·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 총리는 이날 새벽 1시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모이즈 대통령 사저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조지프 총리는 영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도 총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티에는 즉각 계엄령이 선포됐다. 조제프 총리는 “현재 경찰과 군대가 치안을 통제한 상황”이라며 자신이 우선 국정을 맡는다고 전했다. 살해 행위에 대해 “비열하고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탄했다. 괴한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록색 표시된 곳이 아이티. / CIA팩트북

초록색 표시된 곳이 아이티. / CIA팩트북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아이티는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불린다. CIA팩트북에 따르면 인구는 1100만 가량으로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800달러(약204만원)에 불과하다. 국민의 60%가 빈곤상태이다. 오랜 식민지 시대와 독재의 유산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섣부른 개방으로 1990년대 이전 농업이 몰락했고, 2000년대 이후로는 자연재해라는 악재가 거듭 겹쳤다. 2010년 규모 7.0 규모의 대지진으로 16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매년 허리케인이 덮쳤으며 2016년 매슈는 특히 더 큰 피해를 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직원들이 성매매 비위를 저지른 곳도 아이티였다.

모이즈 대통령 취임 이후 아이티 정국은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나나 수출업자 출신인 모이즈 대통령은 2015년 말 당선됐으나 부정선거 시비로 인해 임기 1년이 지난 2017년 2월에야 취임했다. 야권 반발 속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했으며. 지난 2월 자신을 암살하고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를 적발했다며 대법관 등을 무더기로 체포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까지 겹치며 치안 등은 급격히 무너졌다. 컨설팅업체 콘트롤 리스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티에서 일어난 납치 범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다. 대통령 퇴진 시위도 올 들어 빈번하게 일어났다. 오는 9월 개헌 국민투표와 대선 등을 한꺼번에 앞둬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긴장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현직 대통령이 자택에서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아이티의 정치적 혼란이 더 심화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며 “바이든 정부는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아이티 국민이 필요한 어떤 도움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트위터에 “이번 범죄로 (아이티가) 불안정과 폭력의 소용돌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암살범들을 반드시 찾아내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혐오스러운 암살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아이티가 끔찍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치적 단합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티와 인접한 중남미 국가 수반들은 더욱 구체적 조치를 요구하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아이티 국민 전체에 대한 잔혹하고 비열한 행위”라며 “미주기구(OAS)가 아이티의 민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즉시 팀을 파견해야 한다”고 밝혔다. APF 통신에 따르면 하스파니올라섬을 공유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은 380㎞에 달하는 아이티와의 육로 국경을 즉시 폐쇄하고 상황 분석을 위해 군 지도부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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