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타도" 쿠바 래퍼의 외침…코로나19 경제난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윤기은 기자
쿠바 유명 래퍼 요투엘 로메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쿠바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이애미|AFP연합뉴스

쿠바 유명 래퍼 요투엘 로메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쿠바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이애미|AFP연합뉴스

중남미 쿠바에서 3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쿠바 시민들은 미국의 경제 봉쇄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난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공산당 일당 체제 속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일이 흔치 않았던 쿠바는 최근 인터넷 이용 자유화와 소셜미디어 사용자 증가로 반정부 여론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와 산티아고 등 쿠바 곳곳에서 시민 수천명이 쏟아져 나와 정부의 백신 느린 접종, 경제 정책 실패 등을 비판했다. 이날 서부 아르테미사 지역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우리 아이가 굶어죽고 있다”고 호소했다. 쿠바 당국이 시위 현장에 배치한 경찰과 시위대 간 몇차례 난투극이 벌어지고 시위대 일부가 체포됐지만, 유혈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시위가 약 30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시위는 점점 격화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카르데나스 지역 시민들이 경찰차를 뒤집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현지 언론들은 일부 시민들이 상점을 부수고, 상품을 약탈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SOS 쿠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시위 상황이 담긴 영상이 대거 올라왔다.

쿠바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 미국 마이애미 등 쿠바 바깥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유명 래퍼 요투엘 로메로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위 현장의 연단에 서서 “독재 타도”를 외쳤다. 쿠바 곳곳의 시위 현장에서는 로메로가 다른 두 가수들과 함께 부른 노래 ‘조국과 삶’(Patria y vida)도 울려퍼졌다. (노래 듣기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pP9Bto5lOEQ) 이 노래는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구호 ‘조국 아니면 죽음’을 비틀어서 만든 힙합 노래로, “거짓말은 이제 그만. 우리 국민은 자유를 원한다”는 내용의 가사가 담겨 있다.

요투엘 로메로, 헨테 데 소나, 데세메르 부에노 등 쿠바 가수들이 부른 노래 ‘조국과 삶’(Patria y vida)

11일(현지시간) 쿠바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아바나 맥시모 고메즈 기념물 앞에 모여 있다. 아바나|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쿠바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아바나 맥시모 고메즈 기념물 앞에 모여 있다. 아바나|AP연합뉴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겸 공산당 총서기는 이날 시위가 처음 시작된 산 안토니오 데 로스 바노스에 방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부 젊은 시위대가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두렵지 않다”고 외친 이들도 있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영방송 연설에서 현재 쿠바가 겪고 있는 위기와 혼란을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리면서도 시위가 “혁명에 반하는 체계적 도발”이라고 경고했다.

쿠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업이 낙후됐고, 식량, 연료 등의 수입도 둔화됐다. 1960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제재로 의약품을 비롯한 공산품 수출입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일부 쿠바 시민들은 식품을 사기 위해 상점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 있거나 식량난에 시달렸다. 쿠바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1% 떨어졌다.

쿠바 내 코로나19 확산세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쿠바는 지난 6월 ‘소베라나2’와 ‘압달라’ 등 자체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시작했지만, 접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쿠바 백신 접종률은 26.7%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는 11일 기준 하루 692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4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8491명, 누적 사망자 수는 1537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바에서는 최근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결집하기 시작했다. 반정부 세력은 쿠바 경제 위기 원인에는 미국의 제재뿐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일당 독재체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구엘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지난 4월19일(현지시간) 아바나 컨벤션궁에서 열린 제 8회 공산당 폐막 회의에서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연설하고 있다. 아바나|AP연합뉴스

미구엘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지난 4월19일(현지시간) 아바나 컨벤션궁에서 열린 제 8회 공산당 폐막 회의에서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연설하고 있다. 아바나|AP연합뉴스

62년 간의 카스트로 형제의 시대를 뒤로하고 지난 4월 집권한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총서기직에 오르자마자 정치적 시험에 들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지 않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반정부 목소리를 잠재우려면 경제 살리기가 필수라며 개방에 대한 압력을 더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쿠바 ‘카스트로 시대’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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