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2년 뒤 죽는다” 백신 접종 거부하는 멕시코 마을

이윤정 기자
멕시코 치아파스주 원주민 마을 보건 책임자 파스콸라 바스케스 아길라르. BBC 캡쳐

멕시코 치아파스주 원주민 마을 보건 책임자 파스콸라 바스케스 아길라르. BBC 캡쳐

“백신을 맞으면 2년 뒤에 죽는다.” “인구 조절을 위한 정부의 계획이다.” “백신 접종자는 누구든지 악마의 저주를 받는다.”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주의 원주민 마을에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괴담이 파다하다. 멕시코에서 백신을 1차례 이상 맞은 비율은 30%가 넘지만, 원주민들이 사는 외딴 마을의 접종률은 2%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코로나19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간) 멕시코 원주민 마을을 중심으로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져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대통령까지 나서 치아파스주의 낮은 접종률을 언급하며 이들 지역의 백신 접종을 늘리라고 주문했지만, 지역 보건 전문가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들 상당수가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킬텔 등 364개 원주민 마을의 보건 책임자인 파스콸라 바스케스 아길라르는 “백신에 대한 허위정보는 어느 곳에나 있지만, 이곳에서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면서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치아파스주의 교외지역에는 대부분 마야 문명의 토착 후손들이 살고 있다. 치아파스주는 토착민들이 쓰는 전통 언어를 12개를 공식 언어로 채택했다. 공용어인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1994년 멕시코 내전 당시 중앙 정부에 저항한 마을도 많아 정부 정책에 거부감을 보이는 주민도 상당수다.

파스콸라는 “이곳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실재하는 바이러스라는 사실조차 믿지 않으려 한다”면서 “정부도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했다. 외부와 떨어져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지역 특성상 코로나19 유행이 퍼지지 않았지만, 파스콸라는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BBC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해 백신을 거부하는 현상은 멕시코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북부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이 소아마비 백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불임을 유발하는 백신을 보내 무슬림 인구를 줄이려 한다”는 거짓정보가 퍼졌다.

게다가 이들 지역에는 의료 시설이 없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민간의술에 의존해왔다. 현대의학을 거의 접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백신접종에 대한 거부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사회과학자인 리사 메닝은 “과학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곳에는 잘못된 정보가 더 잘 퍼진다”면서 “정부가 이런 커뮤니티들에 귀 기울이고 협력하며 의료인과 의료시설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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