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30%는 왜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할까?

김윤나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마스크를 손에 들고 강화된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연방 공무원들이 직장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마스크를 손에 들고 강화된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연방 공무원들이 직장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성인의 30%는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 미접종자 중에는 백신을 절대 맞지 않겠다는 ‘백신 거부자’와 부작용을 걱정하는 ‘회의론자’가 뒤섞여 있다. 미국에서는 백신 회의론자를 설득하는 일이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미루는 미국인은 크게 백신 거부자와 회의론자로 나뉜다고 보도했다. 비영리단체인 카이저가족재단의 지난 6월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백신을 맞지 않겠다”거나 “절대 맞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76%는 6개월 뒤에도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추이를 보고 싶다”는 응답자의 54%, “가능한 한 빨리 맞겠다”는 응답자의 92%가 백신을 접종했다.

‘절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백신 거부자들은 주로 백인(70%), 교외·시골 거주자(83%), 공화당 지지자(67%)였다. ‘추이를 보겠다’는 회의론자는 흑인이나 라틴계 미국인(42%), 30~40대(38%)였다. 백신 회의론자의 39%는 민주당 지지자였고, 37%는 도시 거주자였다.

백신을 맞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부작용 우려가 꼽혔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7월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응답자의 53%가 부작용을 걱정했고, 40%는 백신이 안전한지 지켜보고 싶다고 답했다. 백신과 정부를 믿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각각 37%, 27%였다.

뉴욕타임스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음모론자로 낙인 찍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지지자인 돈 드리스콜(38)은 “빌 게이츠가 내 혈관에 마이크로칩을 쏜다는 식의 음모론을 믿지 않지만, 백신이 안전한지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 미르나 패터슨(85)도 “백신이 너무 빨리 개발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보수적 민주당 지지자인 셔먼 틸먼은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고 정부가 강요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회적 이유도 있다. 일부 라틴계 미등록 이민자들은 백신 접종 기록이 남으면 추방당할 것이 두려워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

미국 내 백신 미접종자 두 그룹 비교. (자료 : 카이저가족재단 6월 조사, 뉴욕타임스)

미국 내 백신 미접종자 두 그룹 비교. (자료 : 카이저가족재단 6월 조사, 뉴욕타임스)

실제 미국 성인의 10%는 앞으로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카이저가족재단 여론조사에서 ‘어떤 경우에 백신을 맞겠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의사가 나에게 백신을 권할 때”(46%)를 꼽았다. 2위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을 완전히 승인했을 때(44%)였고, 3위는 항공사가 기내에서 접종을 요구할 경우(40%)가 차지했다.

백신 회의론은 코로나19 방역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접종률이 가장 낮은 앨라배마(34%), 미시시피(35%), 아칸소(36%) 등 6개 주에서 코로나19 감염율이 한 달새 최대 4배 급증했다고 포춘지가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성인과 어린이를 합친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추정한다. 그런데 미국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12세 미만 어린이 4800만명에게는 아직 접종 자격이 없다. 미국 정부로서는 미접종 성인 9300만명의 접종률을 올리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백신 의무화에 대한 미국 여론은 엇갈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백신 의무화에 대한 찬반 칼럼을 동시에 게재했다. 루스 마커스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은 “미접종자의 삶을 더 불편하게 만들수록 우리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면서 “학교나 직장에서 백신 접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테일러 도슨 뉴멕시코 광산공과대 사회과학 부교수는 “백신 의무화는 역효과만 낼 것”이라며 “팬데믹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민주적 수단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미접종자에 대한 페널티를 늘리면서도 백신 의무화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 정부는 7월29일 공무원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주 1~2회 코로나19 검사와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 다만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전국적으로 의무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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